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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유럽농업…韓, 골든타임 2년 '위기를 기회로'

경제정책

    혼돈의 유럽농업…韓, 골든타임 2년 '위기를 기회로'

    [유럽은 농업전쟁] ③ 영국은 사전 준비했지만 스페인, 이탈리아는 충격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유럽연합 체제에서 농업분야 만큼은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 오히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영국 등지에서 생산된 풍부한 농축산물을 어떻게 수급 조절하고 골고루 배분해 수출할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농민들은 유럽연합과 각 국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농축산물을 구입하는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유럽의 농업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직접 관련이 있는 축산물 시장에서 유럽 국가들 사이에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브렉시트가 확정되기 전인 앞으로 남은 2년이 FTA(자유무역협정) 체제에서 국내 농업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韓,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 급증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농업시장 변화와 관련해 우리가 관심을 갖고 눈여겨 봐야할 품목은 축산업, 특히 돼지고기 분야다.

    우리나라와 유럽은 거리가 멀어 신선 농산물 보다는 냉동 축산물과 가공식품 위주로 무역거래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로부터 수입한 돼지고기는 모두 17만9천톤, 금액으로는 6억6천7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4만6천700톤에 5억4천만 달러에 비해 물량은 21.9%, 금액은 23.6% 각각 증가한 것으로 유럽산 돼지고기의 톤당 평균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유럽산 돼지고기 가운데는 독일과 스페인산이 전체 물량의 58%를 차지한 반면, 영국산은 227톤으로 0.13%에 불과했다.

    독일산 돼지고기의 1톤당 수입가격은 4천682달러, 스페인산은 3천154달러, 영국산은 2천48달러였다.

    독일산 돼지고기 가격이 영국산 돼지고기 보다 2배 이상 비쌌지만, 독일산 수입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독일이 주도하는 EU(유럽연합)가 물량과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해 영국은 불만이 많았다.

    우리나라 농협중앙회 성격의 영국 국가농식품연합회(NFU)는 브렉시트에 대비해 농민 조합원 주도의 대응방안 등을 마련중이다.

     


    ◇ 영국 vs 유럽연합 축산업 경쟁 치열 전망

    영국의 농업전문가들은 브렉시트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미 결정된 만큼 홀가분하고 동시에 기회라는 입장이다. 특히, 영국은 축산업 분야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영국 농업NFU 필 빅넬 책임관리자는 "브렉시트로 영국농업은 위기에 처했지만 장기적으로 기회라 본다"고 단언했다.

    유럽연합이 정한 각종 규제와 제재에서 영국 정부가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는 "경쟁력이 있는 돼지고기를 한국에 내다팔고 싶어도 유럽연합이 수출물량을 통제해왔다"며 "앞으로 영국산 농산물을 원하는 나라가 있으면 영국정부는 무조건 협상을 하려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의 이런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생각은 차이가 있다.

    영국의 인건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제로 개별 FTA 협상을 통해 독자적으로 수출할 경우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페인 전국 협동조합 연합법인(ACS)의 아고스틴 에레로 이사는 “영국 농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브렉시트 시행 이후 5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NFU 빅넬 책임관리자는 “영국이 그동안 유럽연합에 연간 178억 파운드(약 30조원)를 분담금으로 냈지만, 되돌려 받은 것은 85억 파운드(약 15조원)에 불과했다”며 “영국의 실질분담금인 83억 파운드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 가운데 일부를 농업 환경개선과 생산비 절감, 교육사업 등에 투자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수출이 늘어나고 농민 소득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앞으로 2년 뒤 브렉시트가 시행돼도 우선 당장 영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 돼지고기 수출경쟁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경쟁이 치열해 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브렉시트,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렇다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의 농업경쟁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다. 국내 농업전문가들은 일단 가격경쟁이 벌어지면 장기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유럽산 축산물의 수입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브렉시트가 국내 농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협상 유예기간 동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유예기간 이후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유럽과 미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유럽산 돼지고기 가격이 죽기 살기 경쟁으로 떨어지게 되면, 국내에 수입되는 돼지고기 가격이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브렉시트가) 국내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말은 수입산 돼지고기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농경연은 단기적으로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와 소비위축, 국내 농축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농업생산액은 0.07%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본격 시행되면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농업생산액도 0.32%~0.34%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 농림축산식품부, 브렉시트 이후 축산업 시장변화 예의주시

    우리 정부는 브렉시트에 따른 국제 농업시장의 변화와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면밀하게 분석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우리나라와 개별 FTA 협상을 진행할 경우, 축산물을 포함한 농식품 분야에서 영국이 아쉬운 입장”이라며 “우리나라는 칼자루를 쥐고 느긋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최근 펴낸 ‘한국농업이 가야 할 길’ 책자를 통해 “G7 선진국의 공통점은 농업 강국”이라며 “장기적 경제발전 정책에서 승패 여부는 농업분야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또, “우리나라에서 축산 소득은 농촌경제를 받치는 중요한 축”이라며 “수급조절과 가격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추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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