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성과연봉제 도입이 차일피일 늦춰지는 가운데 노동계 대규모 파업까지 닥쳐오면서 박근혜 정권의 이른바 '노동개혁'이 진퇴양난의 기로에 놓였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속도 붙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성과연봉제 현황을 발표했다.
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임금이 결정된 3691개 사업장 가운데 직무·성과 중심 성과연봉제로 개편한 사업장은 12.4%인 454개소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임금체계를 개편한 사업장 비중인 5.4%(100인 이상 사업장 1만 283개소 중 556개소)보다 더 높은 성적이라며 노사의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자화자찬'도 곁들였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공공노련 파업을 시작으로 민주·한국 양대노총의 전면파업이 예고된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곳은 단 11곳 뿐.
마찬가지로 오는 23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금융 부문 역시 보험업 등까지 모두 합쳐도 겨우 28곳 사업장만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한 상태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던 공공기관만 120곳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는 얘기와는 동떨어진 결과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도 "이사회에서만 성과연봉제 도입이 통과했을 뿐, 대부분 노사 합의가 안돼 임금 개편 자체를 확정하지 못해 노동부에 신고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시간이 지나 노사 합의를 이루면 더 많은 사업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기대하는 노사 합의를 이뤄낼 시점이 현재로서는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이른바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고 이른바 양대지침을 강행하며 '박근혜 정부표 노동개혁'이 시작된 지 1년을 넘겼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던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시민사회와 야당의 강력한 반발로 입법에 실패했고, 지난 6월에는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사업인 성과연봉제 도입 역시 사실상 빵점짜리 성적을 거둔 가운데, 노동계는 22일 공공노련 파업을 시작으로 ▲23일(금융) ▲27일(공공운수) ▲28일(보건의료 ▲29일(공공연맹) 순으로 줄줄이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계의 정면 반발에도 뾰족한 대책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은 법적 의무"라며 강행 돌파 입장만 거듭 다짐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전날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금융부문의 명분 없는 총파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며 "불법 행위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노동계 역시 비용 절약에만 매달려 공공부문의 공공성·안전을 훼손하고, 대규모 해고를 부를 수 있는 성과연봉제는 총파업을 통해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다.
공공운수노조 백성곤 대변인은 "정부는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성과퇴출제를 불법 진행하려고 하지만, 이는 모두 국민 피해로 돌아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흔들림 없이 총파업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산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과연봉제를 놓고 정부와 노조가 극한 대립으로 맞부딪히는 가운데, 과연 정부가 폭발하는 노정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언제쯤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