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열흘 넘게 연락이 끊겼던 여대생 실종 사건이 결국 해프닝에 가까운 단순 가출로 결론나면서 경찰력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9. 22 대전 실종 여대생은 남친과 가출 "추적 못하게 스마트폰 버려" 등)
메시지를 받은 가족까지 쉬쉬하며 열흘 가까이 이어진 이들의 단순 가출 해프닝은 많은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한 것은 물론 수백 명이 동원된 경찰력 낭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전 서구에서 박 모(19) 양이 집을 나가 사라진 이후 가족과 연락이 아예 끊기자 단순 미귀가자를 찾는 차원의 수사가 아닌 강력팀을 투입했다.
박 양의 휴대전화가 초기화된 채 다음날 집 인근 30분 거리에서 발견된 데다 박 양의 남자친구까지 함께 연락이 끊기면서 행여나 있을 납치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자친구가 과거 박 양을 폭행했던 전력은 이런 가능성을 더욱 높게 만들었다.
다른 사건을 제쳐두고 박 양 사건에 투입된 강력팀과 일선 경찰들은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몇몇 지점을 며칠에 걸쳐 대대적으로 수색했으나 이들을 찾지 못했다.
실종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박 양이 개인 계정으로 자신의 친언니에게 "안전하니 찾지 말라"는 SNS 메시지를 보냈지만, 경찰은 이 메시지가 박 양 본인이 보낸 것이 맞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나갔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전화가 아닌 데다 다른 누군가가 박 양을 대신해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해당 관내 경찰서와 지방경찰청 차원의 회의를 통해 가용한 경찰력을 총동원하기로 하고 700명이 넘는 경찰력을 투입해 일대를 수색할 계획을 세웠다.
또 관내 전 경찰서 강력팀이 수사에 공조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시각 박 양과 남자친구는 함께 전남 여수에 있었다.
박 양의 단순 가출 해프닝은 실종 열흘이 넘어서야 함께 있던 남자친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박 양과) 함께 있다. 곧 경찰서에 가겠다"는 전화를 걸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에서 박 양은 "스스로 집을 나왔고 휴대전화는 위치추적이 될까 봐 무서워서 초기화시켜 버렸다”며 “SNS 메시지도 내가 보낸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또 많은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납치와 감금에 대해서도 "남자친구가 일부러 못 가게 하지 않았다"며 "내 의지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전화 혹은 휴대전화를 빌려서라도 충분히 가족에게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셈인데 단순 가출 해프닝은 결국 수백 명에 가까운 경찰력이 동원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 양에게서 범죄 관련성이 의심되는 외상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폭행과 감금 등에 대한 범죄 혐의점 또한 없다"고 설명했다.
박 양으로부터 SNS 메시지를 받은 친언니가 이를 숨기려 한 행동도 의혹을 더 키우는 셈이 됐다.
경찰 조사에서 친언니가 박 양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친언니는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동생에게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친언니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동생(박 양)이 더 숨어 버릴까 봐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색에 참여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박 양이) 무사하게 돌아와서 다행이지만,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