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2호기 전경(사진=자료사진)
원전 밀집 지역 인근에 규모 8.0이 넘는 강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정부 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22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의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제작'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질연이 옛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 의뢰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수행한 연구 용역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성과 신월성 원전에서 12~15km 떨어진 '울산단층'은 활성단층으로, 규모 5.8에서 최대 8.3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19일 경주 지진 사태 후속 조치로 "원전 내진 기준을 현행 6.5에서 2018년까지 7.0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내진 기준을 7.0으로 강화해도 원전이 지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강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양산단층' 역시 활성단층으로 최대 규모 7.6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도 같은 보고서를 인용해 "고리와 신고리 원전 인근 '일광단층' 또한 활성단층"이라고 밝혔다.
일광단층과 고리·신고리 원전 간 거리는 5km에 불과하다.
문미옥 의원은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산단층만 계속 얘기하지만, 울산단층과 일광단층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원전 안전 주무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보고서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
이날 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원자력안전법 기준상 울산단층과 일광단층은 활동성단층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용환 위원장은 양산단층에 대해서는 "활동성단층 여부 논란이 있는 만큼 이번 경주 지진 사태를 계기로 전면 재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지질연 측도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
지질연 신중호 원장은 "지질학계의 국제적 기준에 따라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일광단층을 활성단층으로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신중호 원장은 "보고서 결론을 놓고 전문가 토론을 거쳤는데 '신뢰도가 떨어져 추가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스스로 성과를 깎아내렸다.
지질연은 전문가 토론에서 언급됐다는 추가 정밀 조사도 시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위험하다는 결과만 내던지고 나서 아무런 보완 조치가 없었다는 게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며 지질연을 질타했다.
더민주 김성수 의원은 '지질연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파장을 우려해 정부가 내용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더민주는 "국정감사를 통해 보고서 은폐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고 필요하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