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대우조선 분식회계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안진)이 공모했는지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검찰이 분식회계의 책임을 묻는 단순 기업비리 수사를 넘어 외부 회계법인과의 유착 의혹 규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수사 단계로 넘어갈 적정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 회계내역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당시 안진의 역할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대우조선과 산업은행, 안진을 동시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의 본류를 예고한 바 있다. 그간 '박수환 게이트'로 이어진 경영비리 수사에 집중해온 검찰은 후순위로 미뤄뒀던 회계법인을 수사대상으로 올려놓고 분식회계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등 대우조선 경영진을 구속기소하고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탄탄대로 수순을 밟던 가운데 '영장 기각'이라는 변수를 맞딱뜨린 상황이다.
당장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제동이 걸려있기는 하지만, 분식회계 수사로 확대하는 수순을 밟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진은 2009년 대우조선 외부감사인으로 선정된 뒤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 회계감사를 맡았다. 대우조선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 각각 4000억원 이상 흑자를 냈다고 재무제표에 기록했지만, 안진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안진은 대우조선 새 경영진이 지난해 문제를 인정하자, 지난 3월 뒤늦게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2조원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안진이 '마지못해' 내놓은 규모보다 실제 분식회계 규모는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고재호 전 사장 시기에만 5조 7천억원 상당의 회계부정이 이뤄진 정황을 파악했다.
고 전 사장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회계연도 예정원가를 임의로 줄이고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5조 7천억원 상당 회계부정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7월 27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안진이 당시 회계감사를 제대로 했는지, 회계부정 정황을 알면서도 묵인했는지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당시 실무진이 안진에 조작된 회계자료를 넘긴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를 토대로 감사를 벌인 안진은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분식회계를 충분히 유추할 만한 자료를 넘겨받았는데도 안진이 묵인을 했거나 조작에 가담을 했다면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무진급을 넘어 대우조선과 안진 '윗선'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면 안진 역시 분식회계 공범이 된다.
당장 업계에서는 안진의 조직적인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 회계적정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회계법인이 감사로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GS건설이 2013년 1분기 5천억 넘는 손실을 발표한 뒤 분식회계 의혹이 일었고, 지난해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도 적발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회계법인은 단순히 회계 감사 차원을 넘어 자본시장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인프라인데, 회계 감사를 통한 제대로 된 정보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감독기관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이 오작동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분식회계 같은 전문가 범죄에 온정주의 없이 엄격히 처벌한다는 것을 시장에 확실히 알려줘야 한국 경제의 미래가 확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