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무려 한달 만에 전격 수리되면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 감찰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에 형평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연인' 신분이 된 이 감찰관이 현직에 있는 우 수석보다 불리한 위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이 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감찰관이 지난달 29일 감찰 내용을 유출한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자 사표를 낸 것을 감안하면 25일 만이다.
청와대가 줄곧 수리하지 않던 사표를 굳이 이 시점에 수리한 배경으로는 오는 30일 이 감찰관의 국회 출석 일정이 회자된다.
당초 이 감찰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와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의혹 등에 대해 증언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던 차에 사표가 전격 수리되면서 이 감찰관은 기관 증인 자격으로 국감에 출석할 수 없게 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국정 감사가 이뤄질 때 감찰관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누가 보더라도 국회 권능을 훼손한 것"이라며 "부끄러움도 모르는 청와대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감찰관의 사표 수리는 비단 정치권의 이슈로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우 수석과 이 감찰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수사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특혜 의혹, 넥슨의 우 수석 처가 강남땅 고가 매입 의혹, 우 수석 처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배임 의혹, 이 감찰관의 감찰내용 누설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그간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 수사에 있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누누히 밝혀왔다.
특수통 검사들이 즐비한 서울중앙지검조차 '우병우 사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검찰은 장고 끝에 특별수사팀을 발족시키며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수사 초반 대대적인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 수석의 자택과 휴대전화를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 감찰관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데 반해 우 수석은 수사 상황을 보고 받는 현직 청와대 간부 자격으로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여기에 이 감찰관은 최근 불거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사건에 대해 지난 4~5월부터 이미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해온 정황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결국 통제가 되지 않는 이 감찰관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청와대, 우 수석의 민정수석실 사이에서 검찰이 윗선의 눈치나 입김에서 자유로운 수사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는 당연히 팩트(사실관계)를 따라가는 것이지만, 수사팀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관심"이라며 "결국 (우 수석과 이 감찰관 중) 어디를 더 면밀하게 파느냐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