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안부 지원 재단인 '화해·치유 재단'을 공식 출범시킨 지난 7월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바비엥스위트3 호텔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합의강행과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정부가 내년에는 운영비 명목으로 예산 지원금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매년 이러한 방식으로 재단에 예산을 투입하면 15년 뒤 우리 정부의 국고 지원은 일본 정부가 한 번에 보낸 거출금 10억엔보다 많게 된다는 지적이다.
28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민간단체 기념사업 지원'을 명목으로 6억 5천만원을 편성했다.
해당 지출항목은 올해 화해·치유재단에 1억 5천만원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 것.
정부가 같은 항목을 이용해 재단 운영을 지원한다면 내년도 국고지원금은 올해의 4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는 여가부가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 및 기념사업'으로 편성한 30억여원 가운데 5분의 1에 해당한다.
투입된 예산은 300여만원의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직원 3명의 임금과 출장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겠다는 재단 운영비를 일본 정부가 아닌 우리 정부가 계속 지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박경미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여성가족부가 재단을 언제까지 지원할 계획인지 모르지만 15년이 지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수십년간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온 여가부가 지난해 굴욕 합의 이후 태도가 180도로 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도 예산이 어떤 근거와 절차를 거쳐 올라오게 된 건지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통해 따져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가부 측은 "해당 지출항목이 올해 재단 지원에 쓰였다고 내년에도 똑같이 편성될 거라는 건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내년에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13억 9천만원 정도 편성했는데 이중 재단 운영비로 어느 항목으로 얼마를 지원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여가부는 올해 배정했던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 지원(4억 4천만원) △국외자료 조사(3억원) △교육 ·홍보사업(2억 8천만원) △학생작품공모전·학술심포지엄(2억원) 등의 예산을 통째로 사용하지 않고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