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장금'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사임당, 빛의 일기'의 10월 한중 동시방송이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에 앞서 SBS TV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유쿠(優酷)에서 동시 방송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국에서 홍보를 전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대 중국 문화 교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중국인도 기다렸던 '사임당'이지만 '사임당, 빛의 일기'는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은 '대장금'의 이영애가 10여년 만에 연기자로 나서는 작품이라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대부분의 한국 콘텐츠가 중국의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는 것과 달리, '사임당, 빛의 일기'는 메이저 방송사인 후난위성TV가 방송을 결정했다.
후난위성TV는 이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달여 전부터 '사임당, 빛의 일기'의 방송을 예고해왔다.
하지만 이른바 '사드 정국' 아래서는 중국 유력 방송사도 힘을 쓰지 못했다.
SBS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임당, 빛의 일기'를 내년 1월에 방송한다면서 "드라마 성격상 주말보다 미니시리즈에 적합하다고 판단, 논의 끝에 주말 특별기획에서 수목 드라마로 편성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동시방송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중국 시청자들을 동시에 찾아뵐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 심의 절차를 밟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혀 최악의 경우 내년 1월 한국에서만 방송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에 대해 '사임당, 빛의 일기'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상관없이 국내와 일본 등 다른 판권 수출국에서 예정대로 10월 방송을 추진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기도 했지만, 중국과의 동시방송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중국 당국의 심의도 거의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드 정국' 아래 방송이 연기되긴 했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제작사와 후난위성TV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 결과 내년 1월이면 한중 동시방송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내년 1월 중국 방송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 '사드 여파' 언제까지 지난 8월29일 '무사히' 한중 동시방송을 시작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제작사는 중국에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계획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중국 인기소설이 원작인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봄 중국 대륙을 뒤흔든 '태양의 후예'를 능가하는 반향도 기대했고, 주연을 맡은 '꽃미남 배우'들의 중국 진출 계획도 세워놓았다.
하지만 배우들의 프로모션은 물론 이렇다 할 홍보 활동도 중국에서 못하고 있다. 유쿠에서 서비스되는 이 드라마의 조회 수는 이미 10억뷰를 넘어서 순항 중이지만 제작사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지 못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제작사는 "사드 정국 이전에 방송이 됐더라면 많은 일들을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중국 관련 활동이 모두 중단돼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지난 8일 막을 내린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한중 동시 서비스됐지만, 드라마 후반부가 '사드 정국'과 맞물리면서 중국에서 계획한 홍보활동이 모두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임당, 빛의 일기'는 아예 중국 당국의 심의가 떨어지지 않아 방송이 연기되고 말았다.
한중 동시방송을 목표로 하는 후발 주자들인 '화랑:더 비기닝', '안투라지' 등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한중 동시방송을 조건으로 고가에 중국에 판권이 팔린 만큼 중국에서 심의가 통과되지 않으면 한국 방송도 연기해야 한다.
또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어도 중국 수출에서는 '사드 정국'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사드 정국으로 중국 수출 상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특급 한류스타의 작품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콘텐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S 드라마국 관계자는 "중국은 한류 콘텐츠의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류도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