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가 문 전 대표로부터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수천만원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28일 문 전 대표가 고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 이사장은 문 전 대표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라는 모임에서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문 전 대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교사와 학생 등 19명이 불온서적 등을 학습했다는 이유로 신군부에 의해 국가보안법 혐의로 처벌을 받은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으로, 부산의 학림(學林) 사건이라는 뜻에서 부림사건으로 불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으며,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기도 하다. 고 이사장은 당시 수사검사였고, 문 전 대표는 부림사건 피해자의 재심을 위한 변호를 맡았었다.
재판부는 "정치적으로 같은 입장에 있는 시민단체를 상대로 한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명예훼손적 의미를 단정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문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을 인정할 구체적인 정황을 찾기 어렵다"며 "고 이사장이 공안전문가로서 알게 된 여러 증거 자료를 살펴봐도 발언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 이후 고 이사장이 문 전 대표에 대해 보인 태도와 여러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위자료는 3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고 이사장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