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법인 설립이 허가됐다고 통보하기도 전에 미르재단이 재단 등기 서류를 미리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에서 초고속 결재가 이뤄지기도 전에 미리 대법원에 서류를 낸 것으로 윗선의 비호와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미르재단의 법인 설립 허가 과정을 시간대별로 분석하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인 10월 26일에 맞춰 법인 설립을 허가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이용주, 송기석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르재단의 등기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의 초고속, 부실 허가 과정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우선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5일 재벌그룹 본부가 각 계열사 계약담당 임원들에게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협조 문건을 내려보낸다. 이 문건에는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정부(청와대)와 재계(전경련)이 주관하는 법인 설립 추진"이라고 청와대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월 26일 오전 10시까지 서울 강남의 팔래스 호텔에서 미르재단 설립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챙겨오라고 지시가 내려진다. 재산출연증서와 법인등기부등본 1부, 대표이사법인인감증명 2부, 사용인감 등이 준비물로 적시된다.
이처럼 오전에 호텔에서 일사분란하게 받아낸 서류들은 전경련 담당자에 의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날 오후 5시 문체부 담당 김모 주무관이 세종시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서울사무소에서 전경련 관계자로부터 설립허가신청서를 받았다.
김 주무관은 서류를 받고 몇시간 뒤인 오후 8시 7분에 문체부 '나루'(문서등록결제시스템)에 서류를 올리고, 담당 사무관과 담당 과장은 세종시에서 원격으로 오후 8시 10분, 8시 27분에 각각 결재를 완료한다.
다음날인 10월 27일, 문체부 최병구 콘텐츠정책관과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오전 8시 9분, 09시 36분에 내부 결재를 마친다.
이후 공식적인 통보문서는 담당 과장이 오전 10시 20분에 결재해 최종 법인 허가 절차를 마치게된다. 정부의 내부 결재 과정이 빛의 속도로 촉박하게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미르재단의 법인 설립 등기 신청서는 이보다 앞선 오전 10시 5분 대법원에 접수된다. 정부의 최종 결재보다 15분 앞서 대법원에 등기 신청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 모든 것은 어딘가의 지시가 없으면. 행정적 외압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법원등기 관련 서류로 확인됐다"며 "어떤 힘이 신청자를 갑으로 만들고 대한민국 행정을 을로 만들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인 10월 26일에 맞추기 위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계획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송기석 의원은 "교문위서 나온 이야기는 고 박정희 대통령님의 기일에 맞춰서 그게 이제 일종의 제물이라는 의미인지, 그 분을 위한 것인지 추측된다는 의미가 있었다"며 청와대와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했다.
시간대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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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5일 대기업 본부에 미르재단 협조 공문 발송
2015년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팔래스 호텔에서 계약 담당 임원들 소집
2015년 10월 26일 오후 5시 문체부 담당 주무관이 전경련 담당자에 서류 받음
2015년 10월 26일 오후 8시 7분 담당 주무관 미르재단 법인설립 허가 등록
2015년 10월 26일 오후 8시 10분 담당 사무관 허가 결재
2015년 10월 26일 오후 8시 27분 담당 과장 허가 결재
2015년 10월 27일 오전 8시 9분 최병구 콘텐츠 정책관 결재
2015년 10월 27일 오전 9시 36분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 결재
2015년 10월 27일 오전 10시 5분 미르재단, 대법원에 법인 등기 신청
2015년 10월 27일 오전 10시 20분 문체부 통보문서 내부결재 최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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