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앞두고 있는데 누구누구를 초대해도 됩니까?", "개막식 이후 초청 인사들에게 간단한 음식을 제공해도 될까요?"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전후해 경기도청 '청탁금지법 사전컨설팅 콜센터'에 접수된 전화 문의 내용이다.
축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다양한 행사 및 축제를 앞둔 지자체들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축제에 초대할 인사 범위와 식사 접대, 행사 내용 등이 혹시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파주농업기술센터는 이달 15∼16일 임진각 광장에서 제12회 인삼축제를 개최한다.
센터 행사 관계자는 "외빈 초청이나 식사 제공 계획 등이 있었는데, 제공해도 되는지 상급 기관 등에 문의해 둔 상황"이라며 "다른 지자체의 축제 개최 상황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6∼9일 호수예술축제를 개최하는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도 "출연단체나 행사 협력단체들과 투명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김영란법을 의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천 쌀문화축제(19∼23일)를 준비하는 이천농업기술센터도 "축제 개막을 앞두고 어떤 부분이 김영란법에 저촉되고 어떤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지 깊이 있게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 청탁금지법 컨설팅 콜센터 관계자는 "지자체 공무원들로부터 축제·행사 관련해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대부분 식사제공, 초청 인사 범위, 기업체 협찬 가능 여부 등을 묻는 전화들이다"라고 말했다.
이 콜센터에 가장 많이 걸려온 전화 문의 내용 5가지 가운데 하나도 '지역 축제에서 참석자에게 식사나 기념품 제공이 가능한가? 또, 행사참석자 가운데 기관장이나 도의원, 시의원에게만 별도로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한가?'였다고 도는 밝혔다.
이같은 고민은 경기도내 지자체만의 일은 아니다.
부산에서는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맥빠진 행사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영화제의 주요 행사인 게스트 초청행사나 투자배급사가 여는 배우초청 파티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기 때문이다.
숙박·항공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영화·영상을 전공한 대학교수나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도 초청받지 못했다.
기업 협찬금마저 줄어들면서 마린시티 '영화의거리'에서 열렸던 스타로드(레드카펫) 행사도 취소됐다.
6일 개막하는 '제14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주관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측도 고민 끝에 올해부터 개막식 초청장을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주최 측은 공연장 안에 그 전까지 있었던 귀빈석도 올해부터는 설치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횡성한우축제 추진위원회 역시 축제 전부터 고심을 거듭하다가 그동안 횡성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초청 인사들에게 제공한 한우고기를 '한우 비빔밥'으로 조정했다.
3만원이 넘는 음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김영란법을 고려한 조치이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도 초대권 발행과 리셉션이 모두 취소됐다.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축제 문화도 달라지겠지만, 법 시행 직후 개최하는 올 축제는 준비단계부터 여러 가지로 어수선하다"며 "법대로 하다 보면 자칫 축제분위기가 위축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사실 있다"고 말했다.(김광호 김진방 이종민 한무선 류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