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69) 농민의 부검 여부를 두고 경찰과 유족 측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과 경찰 측이 책임 공방을 벌였다.
4일 오후 4시 30분쯤 시작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백남기 사태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직사살수·백남기 농민 변사자 처리·서울대병원과의 사전 논의 의혹 등에 대해 질문 공세를 벌였고, 경찰 측은 반복해서 "적법한 절차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 살수차인 충남 9호차와 광주 11호차의 CCTV 영상을 틀고,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주장과 다르게 경고살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경찰은 경고 살수를 4초간 했다고 주장하지만 영상에 의하면 경고 살수는 1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서울청장은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영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고 답했다.
더민주 김영호 의원은 "당시 백 씨에게 직사살수를 했던 경찰은, 이전에는 한번도 현장에 투입된 적 없는 초보자였다"며 "경찰은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 안일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정우 의원은 "백 씨 사망 당시 왜 일반 시민들이 서울대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냐"고 질타했고, 서울청장은 "시민들이 집단으로 이동할 경우에만 이동을 통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 현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나서, 서울청장의 답변을 확인하기 위해 속기록을 다시 받아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더민주 김영호 의원이 질문을 시작하며 서울청장에게 "백남기 어르신이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냐"고 물었고 서울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사진=자료사진)
이에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서울청장에게 "잘못된 국가권력으로 인해 백 씨가 사망했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냐"고 재차 물었고, 같은당 장제원 의원은 곧바로 속기록을 요구했다.
속기록 확인 결과 서울청장은 실제로 "그렇다"고 답했지만,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해'라는 앞 부분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곧이어 "해당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수정했다.
이 같은 발언에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제대로 국감에 임해달라"며 서울청장을 질타했다.
경찰이 백 씨 사건을 '변사 사건'으로 명명한 것을 두고서도 야당 의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더민주 백재현 의원은 서울청장에게 "백남기 사건을 변사사건으로 보느냐"고 물었고 서울청장은 "자연사나 병사가 아니기에 변사로 본다"
"백 씨의 사인이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진단서처럼 심폐정지에 의한 사망으로 본다"고 답했다.
백 의원은 추가로 "(야당이 제출한 영상을 보고서도) 경찰이 경고살수를 했다고 보느냐"며 "수사를 하는 경찰 조직이 자료 제출은 거부하고, 증거 자료도 없이 경찰이 살수차 운용 지침을 지켰다고만 우기고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언성을 높이며 "경고살수를 했다면 그 영상을 내놓고, 영상이 없으면 경고살수를 하지 않은 걸 시인을 하라"고 소리쳤다.
마찬가지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경찰이 살수차 운용을 적법하게 했다면,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영상을 가져오라"고 말했고, 서울청장은 답변을 머뭇거렸다.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의 설전도 오고갔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백 씨 사건은 명백하게 부검을 해야하는 사건"이라며, "유족이 반대를 한다고 해서 부검을 안 하는 경우가 있었냐"고 질문했고 서울청장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더민주 표창원 의원은 "변사 사건 중에 부검을 하는 사건은 20%밖에 없고 CCTV가 있다면 부검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한 뒤 "지침상 유족의 뜻을 따르게 돼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