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5일 새벽 제주시 구좌읍 하덕천리 마을에선 수령이 200년된 팽나무가 두동강이 났다. (사진=독자 제공)
제18호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제주에는 역대급 강풍이 몰아치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5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56.5m의 강풍이 몰아쳤다.
제주시 역시 초속 47m의 강풍이 불었고 성산 30.4m, 서귀포 22.3m를 기록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5일 제주시 노형동 간판이 차량으로 떨어졌다. (사진=박정섭 기자)
◇ 제주 5일 새벽 초속 56.5m 강풍…역대 3위고산에 찍힌 초속 56.5m의 강풍은 역대 3위 기록이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때 기록한 초속 60m가 1위고 2002년 태풍 루사때 몰아친 초속 56.7m가 2위다.
태풍 차바는 제주도에 많은 비까지 뿌렸다.
4일과 5일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624.5㎜, 어리목에 516㎜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서귀포 288.9㎜, 김녕 239㎜, 제주시 172.2㎜, 성산 133.9㎜, 한림 127.5㎜의 비가 왔다.
역대급 강풍과 기록적 폭우에 제주 해상과 육상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제18호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제주시 탑동 해변. (사진=문준영 기자)
◇ 제주항서 선원 1명 실종…여전히 수색작업 중5일 오전 7시 5분쯤 제주항 2부두 외항 하얀등대 부근에서 선원으로 추정되는 1명이 바다로 추락해 실종됐다.
해경은 신원을 알 수 없는 1명이 배와 배 사이를 건너다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고를 목격한 또다른 선원이 구명부이를 던져 그를 구조하려 했지만 거센 비바람 때문에 실패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제주해경은 122구조대와 특공대를 현장으로 보내 송씨를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5일 0시 40분쯤 서귀포시 하예포구에 정박 중이던 서귀포 선적 5.7톤급 유자망 어선 C호가 전복됐다. (사진=서귀포해경 제공)
◇ 선박·요트 등 15척 침몰하거나 전복돼선박과 레저기구가 침몰하거나 전복되는 사고도 잇따랐다.
5일 0시 40분쯤 서귀포시 하예포구에 정박 중이던 서귀포 선적 5.7톤급 유자망 어선 C호가 전복됐다.
제주항과 애월항, 도두항에서는 요트와 레저보트가 연이어 침몰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는 태풍 피해를 입은 선박과 레저기구는 침몰 8척, 전복 3척, 침수 2척, 좌초 2척 등이라고 밝혔다.
태풍 차바의 강한 비바람으로 공사장 피해가 컸다. (사진=문준영 기자)
◇ 제주 정전 피해 5만여 가구…복구작업 더뎌태풍이 지나간 4일 밤부터 5일 오전까지 모두 5만 2천여 가구가 정전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측은 5일 중으로 복구작업을 완료할 계획이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제주 유수암과 애월, 월산, 조천, 도련 등 정수장 15곳도 정전피해를 입었다. 이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양식장 정전도 잇따라 서귀포시 성산읍, 대정읍, 표선면, 남원읍 해안 지역 피해가 컸고 해군 제주기지전대에서도 정전사고가 났다.
제주시 한천 범람으로 차량들이 휩쓸려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 제주시 한천 범람 차량 수십대 휩쓸려제주시 한천은 2007년 태풍 나리이후 9년만에 다시 범람해 한때 주민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5일 새벽 폭우가 쏟아지면서 제주시 용담2동 한천이 범람했다. 이 때문에 차량 수십대가 휩쓸리고 곳곳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한천과 남수각 일대에는 주민대피령이 발령됐다가 이날 오전 5시 40분 대피령이 해제됐다.
공사장 타워 크레인이 쓰러져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5일 오전 4시쯤 제주시 노형동 한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인근 빌라로 쓰러져 6가구 주민 8명이 노형동사무소로 긴급 대피했다.
◇ 제주시 구좌읍 김녕풍력발전기 날개 강풍에 부러져
태풍 차바의 위력에 날개가 부러진 제주 김녕 풍력발전기.
강풍에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부러지는 사고도 났다.
5일 오전 6시 56분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국가풍력실증연구단지에서 풍력발전기 1기의 날개가 부러졌다.
부러진 날개는 68m의 길이로 166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지름만 139m에 달해 웬만한 축구장보다 더 긴 날개가 부러진 건 당시 초속 5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태풍 차바 휩쓸고 간 제주 각급 학교도 곳곳 생채기
제18호 태풍 차바가 5일 역대급 강풍을 몰고 오면서 제주시내 공중전화 부스가 넘어져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를 휩쓸고 가면서 각급 학교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5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도내 초중고와 교육기관 121곳이 시설물 피해를 입었다.
강풍과 침수 피해가 난 학교는 초등학교가 64곳, 중학교 26곳, 고등학교 20개교, 특수학교 3곳, 교육기관 8곳 등이다.
제주시 신광초는 운동장의 비가림 시설 15m 정도가 파손됐고 서귀포시 보목초는 기둥과 지붕재가 일부 떨어져 나갔다.
5일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주시 한천이 범람하면서 차량 수십대가 휩쓸렸다. (사진=문준영 기자)
새서귀초는 교실이 침수됐고 제주시 세화중은 본관과 체육관을 연결하는 통로의 천장이 파손됐다.
서귀포여고는 조립식 건물 외벽이 파손됐고 성산고는 골프연습장 비가림 시설이 반파됐다.
제주과학고는 기숙사동 3개층이 침수됐고 특수학교인 온성학교는 본관 외벽이 떨어져 나갔다.
주택과 상가, 농경지 등의 침수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아 태풍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