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하룻밤 접대비로 500만원도
- 김영란법 이후, 지금은 몸 사려
- 현금 건네기 등 편법 등장 우려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스폰서 기업인(익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이제 열흘이 됩니다. 지난 열흘 실제 우리 삶에 변화가 있는 걸까요. 아직은 크게 못 느꼈다 하실 수 있습니다마는, 공무원을 많이 상대하는 기업체에서는 이미 큰 변화가 감지된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만날 분은 기업인인데요. 과거에 이런 저런 청탁 때문에 저녁자리도 자주 가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직접 만나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 스폰서 기업인> 안녕하세요.
◇ 김현정> 기업체를 운영하다 보면 경찰, 검찰, 정치인, 공무원 만날 일이 자주 있나요?
◆ 스폰서 기업인> 비일비재합니다.
◇ 김현정> 비일비재. 왜요 왜 필요합니까?
◆ 스폰서 기업인>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당장 얻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지만 향후에 대비한 하나의 보험이라고 할까요.
◇ 김현정> 아, 평소에 관리를 해 두는 거군요, 그러니까.
◆ 스폰서 기업인> 네, 보험 들 때가 오히려 더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저녁 같이 먹으면서. 꼭 뭘 부탁이나 청탁을 하려고 만난다기보다는,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밥도 먹고 그러면서 술도 먹으면서 친분을 쌓아놓는 거예요.
◆ 스폰서 기업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주로 어디서 만나셨어요?
◆ 스폰서 기업인> 장소는 보통 일식집, 대형 갈빗집, 한정식집 이런 경우였고 꼭 2차는 유흥업소로 이어집니다.
◇ 김현정> 유흥업소. 유흥업소라고 하면 단순한 이른바 호프집 정도 아니면 그 이상?
◆ 스폰서 기업인> 아닙니다. 그 이상이죠, 당연히.
◇ 김현정> 룸살롱이라든지.
◆ 스폰서 기업인> 네, 룸살롱.
◇ 김현정> 그래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좀 다르기는 하겠지만 보통 접대 한 번 하고 나면 그러면 비용은 어느 정도나 들었습니까? 이전엔.
◆ 스폰서 기업인> 3, 4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고급 한정식, 고급 갈빗집. 1차에 하면 기본적으로 100만 원 들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 정도 고급이에요? 서네 명이 먹었는데 100만 원이 나오는.
◆ 스폰서 기업인> 갈비 1인분만 해도 얼마입니까?
◇ 김현정> 그래요. 1차 먹고.
◆ 스폰서 기업인> 2차 가면. 방송이라 말씀을 드리기가....
◇ 김현정> 괜찮습니다. 어차피 현실이니까요.
◆ 스폰서 기업인> 보조하는 아가씨.
◇ 김현정> 술집 종업원이 나오는 룸살롱.
◆ 스폰서 기업인> 네. 또 술 한 병이 얼마입니까? 계산을 저희들이 그냥 머릿속에 생각만해도 양주를 3병, 4병, 폭탄주까지 1차면 술값만 해도 벌써 200만 원 초과하거든요.
◇ 김현정> 술값만 해도 200만 원. 그 옆에 팁 주고 어쩌고저쩌고 하면 300만 원, 400만 원 더 넘겠는데요.
◆ 스폰서 기업인> 네, 훌쩍 넘습니다. 헤어질 때는 접대 후에 교통비 개념으로 봉투도 당연히 넣어주게 되죠.
◇ 김현정> 봉투는 얼마나 챙겨넣어야 해요?
◆ 스폰서 기업인> 상대에 따라 다른데요. 보통 30만 원 할 때도 있고 50만 원, 100만 원 이상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거 뭐 상당히 부담이 되셨겠는데요. 그런 접대 자리가.
◆ 스폰서 기업인> 그렇습니다. 또 더 이런 방송에 적합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소위 3차. 3차 같은 경우에는 꼭 접대하는 날마다 하는 건 아니지만, 한 분씩 간혹 접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금액이 훌쩍 넘죠.
◇ 김현정> 3차 성매매까지 나가게 되면 500만 원 훨씬 넘겠는데요.
◆ 스폰서 기업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정도 수준 안 해 주면 이게 나 소홀하게 대한다, 이런 얘기 듣는 거예요.
◆ 스폰서 기업인> 듣습니다, 당연히.
◇ 김현정> 관행적으로 그 정도를 기대해왔군요, 그러니까.
◆ 스폰서 기업인> 네.
◇ 김현정> 이게 높은 관리 얘기입니다. 낮은 관리들도 그런 일이 있어요?
◆ 스폰서 기업인> 그게 조금 수준의 차이는 있습니다, 접대의 수준. 차이에 좀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9월 28일 약 열흘 전에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나서 확실히 접대 자리는 줄었습니까?
◆ 스폰서 기업인> 네, 줄었습니다.
◇ 김현정> 아예 사라진 건 아니고요?
◆ 스폰서 기업인> 지금 현재는 며칠 안 됐지 않습니까? 지금 현재는 거의 90% 정도 줄었는데요. 사라졌다기보다는 안 하고 있죠.
◇ 김현정> 안 하고 있어요.
◆ 스폰서 기업인> 네. 솔직히 지금은 전부 몸을 사리고 조심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시범적으로 당해서는 안 된다.
◇ 김현정> 아, 당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이러다가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일단 안 만난다는 말씀이세요?
◆ 스폰서 기업인> 그렇습니다. 옛날에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 김현정> 그런데 사장님, 밥 자체를 못 먹는 건 아니거든요. 3만 원 이하로 먹으면 되고 또 그 금액 넘어가면 각자 내면 더치페이 하면 되는데, 더치페이 밥값 얼마 나왔으니까 우리 더치페이 합시다, 이 얘기는 못하는 건가요?
◆ 스폰서 기업인> 그렇게 못하죠. 관공서라든가 사업적으로 관계가 있는 분들이라고 하면 그게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 현재 분위기는 실제로 친구, 선배, 후배, 일로 연관이 없는 순수한 정말 진짜 친한 사람이 한잔을 사는 때는 그런 우리 일반 서민들 일반 국민들은 더치페이가 정착이 됩니다, 현재 분위기 보니까.
◇ 김현정> 오히려 아무 상관 없는 사이에는 더치페이가 정착돼 간다. 그런데요?
◆ 스폰서 기업인>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뵙고 여러 가지 관행을 봤을 때, 우리 국민들께 죄송하지만 쉽게 또 다른 편법들이 생겨나고 사적으로 관계됐다거나 민원 관계됐다거나 이런 부분은 또 다른 편법이 생겨나지 않겠나.
◇ 김현정> 아, 편법, 꼼수가 곧 등장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드세요. 그 말씀은 예전에 같이 만나서 300만 원, 500만 원짜리 하루 저녁 식사를 대접하던 사람을 만나서 갑자기 “각출합시다, 따로따로 더치페이합시다” 이런 문화는 정말 갑을 관계에서는 쉽지 않겠다고 일단은 보시는 거군요, 지금 분위기로서는.
◆ 스폰서 기업인> 쉽지 않구요. 실제로 농담으로 하는 다른 사업 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금 찾아서 현금 거래하면 되고 그다음에 미리 식사 전에 CCTV나 이런 거 안 보이는 장소에서 현금 나눠주고 더치페이하는 형식을 갖추고 그렇게도 하고 그런 게 생겨나지 않겠나 하는 게 사석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 김현정> 지금 굉장히 저는 조금 충격적인 얘기네요. 그러니까 식사접대를 하자니 비싼 걸 대접할 수가 없고 여러 눈도 보이고 그쪽에서도 불편해 하니까, 아예 이제 현금으로 쓱 건네준다, 그 접대비만큼을?
◆ 스폰서 기업인> 네.
◇ 김현정> 그런 얘기가 이미 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와요?
◆ 스폰서 기업인> 네, 그렇습니다. 순수한 좌석에서 친구, 선후배를 만나면.
◇ 김현정> 만나면, 기업인들끼리 만나면.
◆ 스폰서 기업인> 네,
◇ 김현정> 그래요? 예전에는 하룻밤에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 접대 비용이 드셨다고 하셨는데, 그걸 이제 돈으로 100만 원씩 나눠서 찾아주는 식으로 이런 편법으로 갈 것이다?
◆ 스폰서 기업인> 네,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 접대하지 말라고 그런 거 하지 말라고 김영란법을 만든 건데, 이렇게 돈으로 촌지가 오간다면 더 심각해지는 거 아닙니까?
◆ 스폰서 기업인> 그런 부분도 충분히 앞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김영란법 핑계 대면서 식사접대, 술접대 안 하고 촌지도 안 주고 그렇게 하면 안 될까요?
◆ 스폰서 기업인> 그게 저희들이 수십년간 기업의 문화, 관료의 문화, 이런 게 있어 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그게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구요. 그게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힘들다고 봐집니다.
◇ 김현정> 왜요?
◆ 스폰서 기업인> 관행, 습관 이런 것 때문에 나만 안 하다가 불이익 받는 거는 아닐까 생각도 들 수 있고, 그래서 쉽게 바뀌는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조심은 하겠지만.
◇ 김현정> 조심은 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다 김영란법 딱딱 지키고 있는데 저쪽 기업에서는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나만 손해 보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될 거다.
◆ 스폰서 기업인> 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것?
◆ 스폰서 기업인> 예를 들자면 건전하게 순기능을 할 수 있는 게 법인카드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법인카드 있죠.
◆ 스폰서 기업인> 사실은 일반 국민들께서 아시는 법인카드의 개념은, 기업체 운영하는 분들이 법인카드, 사업자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이렇게 인식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은 보면 지방자치단체, 관공서, 공공기관, 국가투자기관 모두 법인카드가 있거든요. 어느 직급 이상이 되면. 그게 국민들 세금인데 그 카드를 흥청망청 쓰는 사람도 저도 직접 목격도 하고요.
◇ 김현정> 아, 공무원인데.
◆ 스폰서 기업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공무원의 법인카드라고 하면, 이름이 법인카드가 아니라 그린카드인가 그렇지 않아요?
◆ 스폰서 기업인>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업무추진비로 쓰라고 나오는 카드 있습니다. 그걸 흥청망청 쓰는 분들도 많이 목격하셨어요?
◆ 스폰서 기업인> 네, 있습니다.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 스폰서 기업인> 그것은 앞으로 좀 개선되지 않겠나. 확실하게. 그것은 다 근거가 남는 거고.
◇ 김현정> 선생님 말씀은, 아마 기업들이 지금까지 공무원들과 주고받았던 그런 접대는 다른 방식의 꼼수, 다른 방식의 편법으로 제공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살짝 감지가 된다. 하지만 적어도 공무원 사회에서 공무원들이 카드 쓰면서 지금까지 흥청망청 썼던 것들은 정화가 될 것 같다, 이런 말씀.
◆ 스폰서 기업인> 네.
◇ 김현정> 아까 그 현금으로 주지 뭐, 현금으로 주고 끝내지 뭐. 이 이야기는 이제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정도인가요?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한 사람도 있답니까?
◆ 스폰서 기업인> 하는 사람은 아직 없고요. 우리 사석에서 회자되는 것이 “앞으로 그런 식으로 하면 되지. 그런 식으로 안 되겠나” 한다는 거구요.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큰 이득을 가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은 그런 식으로까지 요구도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 안 되겠나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심각합니다, 사실은. 이게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어느 레벨에 있는 회사 이런 게 아니고, 일반적인 회사 보통의 회사의 업체들도 금액의 차이 문제지, 접대 수준의 문제지, 지금 만연돼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거 안 하면 접대 안 하면 관리 안 하면 아예 일이 안 돌아갈 정도.
◆ 스폰서 기업인>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 왔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일단 오늘 여기까지 말씀을 듣고요. 물론 열흘 만에 이런 인터뷰하는 건데 또 현장상황 잘 봐주세요. 저희가 또 몇 개월 뒤에 지금 상황은 어떤지 인터뷰 전화 드리겠습니다.
◆ 스폰서 기업인> 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스폰서 기업인>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의 생생한 증언. 김영란법 열흘 되는 날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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