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혁(설악산 국립공원 팀장)
가을이 깊어갑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지금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을을 제대로 못 느끼는 분들 많으실 거에요. 그분들을 위해서 귀로나마 가을 단풍 구경을 다녀와 보죠. 설악산의 단풍이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답니다. 설악산 단풍 어떨지 상상하면서 이분 한번 연결해 보죠. 설악산국립공원의 한혁 팀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 한혁>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지금 제일 궁금한 건 설악산 모습이 어떨까에요. 입으로 그려주시면 제가 머릿속에다 도화지 쫙 깔고 팀장님 말씀에 따라 그림 그려볼게요.
◆ 한혁> 그러면 잘 그려주십시오.
◇ 김현정> 일단 붓 들고 있습니다.
◆ 한혁> 지금 대청봉에 딱 올라서면, 구름 아래로 펼쳐지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내려다 보이고 속세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드는데요. 아마 우리가 인간 세상을 넘어서 천상의 세계에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 김현정> 그 정도에요?
◆ 한혁> 네. 그리고 울산바위나 권금성 정도 고도에 올라가면 지금 설악산의 비단결 같은 단풍과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 김현정> 이야, 울산바위 알죠. 거기 가서 보면 맞아요. 평소에도 멋있는데 단풍까지 들었으니 얼마나 멋있겠어요.
◆ 한혁> 그 자체가 완전히 감동이죠. 우리나라가 맞나, 해외에 온 건 아닌가? 그럴 정도로 많이 멋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직 완전 절정은 아니잖아요. 단풍이 그 절정을 이뤄서 정말 찬란하다 싶을 정도가 되려면 언제쯤 되어야 해요?
◆ 한혁> 지금 상태로 봐서는 한 10월 20일 전후가 될 것 같은데요. 10월 셋째 주 정도가 가장 좋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셋째 주 정도. 사실은 들으시는 분들이 '설악산 단풍 뭐 그거 매년 오는 단풍인데, 지난해 단풍이나 올해 단풍이나 내년 단풍이나 같은 거 아니야', 이러실 수도 있는데. 올해는 특히 꼭 좀 오셔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서요.
◆ 한혁> 저희가 특별하게 설악산 국립공원에 오색지구가 있습니다.
◇ 김현정> 오색지구? 오색약수터 있는 거기요?
◆ 한혁> 네, 맞습니다. 그쪽에 망경대가 있는데 저희가 임시 개방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망경대. 거기가 개방이 평소에 안 되는 곳이었던 거죠?
설악산 단풍. (사진=자료사진)
◆ 한혁> 네, 저희가 통제를 했는데 그쪽 계곡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탐방의 기회가 적었죠. 그러다 보니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그리고 등산객들의 탐방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대체 탐방로를 찾다가 저희가 망경대 구간을 개방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당연히 가보셨죠, 팀장님은?
◆ 한혁> 그럼요.
◇ 김현정> 다른 설악산 단풍. 아까 울산바위도 너무 감동적이고, 다른 설악산 단풍들도 다 감동적이라고 하셨는데 거기보다 더 감동적입니까?
◆ 한혁> 그럼요. 지난 46년 동안 사람 손때를 좀 덜 타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한혁> 그러다 보니까 원시자연 그대로 보전이 되었고요. 그리고 저희가 지금까지 설악산을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다른 각도로 볼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주 특별하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그동안 아무리 설악산 보존 잘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곳은 어쩔 수 없이 좀 훼손이 되어있을 텐데. 여기는 그야말로 46년 동안 사람의 발걸음이 전혀 닿지 않았던, 손때가 전혀 묻지 않은 곳…. 멋있겠는데요. 그럼 이제 계속 개방을 하시는 건가요?
◆ 한혁> 아닙니다. 저희가 흘림골 탐방로의 대체 탐방로로 저희가 임시로 개방하는 거고요. 11월 15일까지만 개방합니다. 그러니까 46년 만에, 46일간만 저희가 개방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46일이 지나면 또 닫으시는 거에요?
◆ 한혁> 그렇죠. 이게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그런 설악의 비경을 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꼭 오셔가지고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주변에서 설악산을 사랑해서 매년 다니시는 분들 많이 봤는데 그런 분들도 망경대는 못 보셨을 거에요. 46일간의 그 기회 꼭 잡으시고. 이럴 때 보면 가을산에서 추태 부리는 등산객들이 꼭 있어요. 이른바 진상 등산객들. 어떤 유형들 보셨어요?
◆ 한혁> 유형을 제가 몇 가지 한번 생각해 봤는데요. 과태료형 탐방객.
◇ 김현정> 과태료형 탐방객이 뭐에요?
(사진=자료사진)
◆ 한혁> 이게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탐방로만을 이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그런 모든 정보를 다 오픈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면 안 되는 길을 찾아가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 김현정> 굳이 가지 말라는 길로.
◆ 한혁> 네, 유감스럽지만 저희가 단속을 하고 과태료를 부과를 합니다.
◇ 김현정> 그렇죠, 이분들은 그러다가 사고 날 수 있거든요.
◆ 한혁> 그럼요. 제일 중요한 게 사고 위험이죠.
◇ 김현정> 과태료형 탐방객. 또요.
◆ 한혁> 그리고 조금 어감이 섬뜩합니다마는 자살형 탐방객.
◇ 김현정> 자살형 탐방객이라는 게 무슨 얘기에요?
◆ 한혁> 이게 힐링을 하러 오셨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보니까 산중에서 술을 드시는 겁니다, 이게 불법행위인데요. 이게 왜냐하면 심장 돌연사가 우리나라 사망의 암 다음으로 가장 높구요. 또 세계적으로는 암보다 심장 돌연사가 훨씬 더 많거든요. 심혈관계 사망자가 훨씬 많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 한혁> 그게 술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로 바로 직결되기 때문에 제발 산에서는 술을 좀 드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이건 정말 명심하셔야겠어요. 음주형 등산객들 주의하셔야 됩니다. 또 있습니까?
◆ 한혁> 또 나몰라라형이 있습니다.
◇ 김현정> 나몰라라? 이건 어떤 겁니까?
◆ 한혁> 산행을 하다 보면 일행이 부상을 당할 수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있죠.
◆ 한혁> 그럼 119에 신고해 놓고 그냥 가버려요.
◇ 김현정> 자기 일행인데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 한혁> 네. 왜냐하면 부상자를 데리고 가려면 힘드니까.
◇ 김현정> 와, 인정사정 없네요.
◆ 한혁> 119한테 신고해버리고 본인은 그냥 가버리는 거죠.
◇ 김현정> 아니, 내려와서는 다시 안 볼 사이인가 봐요.
◆ 한혁> 분명히 볼 텐데 말입니다.
◇ 김현정> 그런 유형들.
(사진=자료사진)
◆ 한혁> 나몰라라형 이런 탐방객들이 있죠.
◇ 김현정> 이런 분들. 이게 지금 지어내신 게 아니라 쭉 몇 년 동안 지켜봐온 분들 중에 유형을 나눠보신 거잖아요.
◆ 한혁> 네, 그렇죠.
◇ 김현정> 반면에 정말 이런 등산객들만 있으면 참 좋겠다, 설악산이 더 아름다워지겠다 하는 이런 훈훈한 케이스도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 한혁> 네, 그런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자가행복형 탐방객이 있습니다, 자가행복형.
◇ 김현정> 그건 어떤 거에요?
◆ 한혁> 이게 굉장히 교통체증도 심하고 사람도 많고 해서 굉장히 짜증날 만도 하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잠깐 여기 도는데도 좋아가지고 막 사진 찍고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런 모습들 보고 있으면 아, 이거 정말 자가행복형이구나, 그런 생각 듭니다.
◇ 김현정> 정말 낙천적인 분들. 그런 분들. 또?
◆ 한혁> 또 자원봉사형 탐방객들이 계세요.
◇ 김현정> 자원봉사.
◆ 한혁> 본인 쓰레기는 본인 쓰레기대로 또 남의 쓰레기는 남의 쓰레기대로 되가져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 김현정> 남의 쓰레기까지 주워가는 거 이건 쉽지 않은데.
◆ 한혁> 자원봉사형 탐방객들이 있죠.
◇ 김현정> 한혁 팀장님, 무슨 광고회사 출신이세요?
◆ 한혁> 아닙니다.
◇ 김현정> 어쩜 이렇게 카피처럼 잘 만드십니까? 여러분, 이것만 기억하시면서 이왕이면 과태료형 되지 마시고 자원봉사형, 나누는 형의 좋은 등산객 돼 주십시오. 저도 한번 시간 내서 설악산 가봐야 하겠는데요.
◆ 한혁> 꼭 오십시오.
◇ 김현정> 가면 연락 한번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주말에 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든 주말 기분 느껴보려고 미리 한번 단풍 구경 다녀와 봤습니다. 설악산의 한혁 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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