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연구실 운영비와 졸업생 회비 등을 털어 유흥업소를 드나들던 유명 사립대 대학원생이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고려대 공대 박사과정 A(24) 씨는 지난 7월 말부터 한 달간 자신이 속한 연구실 운영비 5천만원을 17차례에 걸쳐 빼돌렸다.
훔친 돈은 대부분 "돈을 두 배로 불려주겠다"던 김모(27) 씨에게 보냈고, 이중 일부로는 그와 함께 여러 차례 룸살롱을 전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서 모바일 게임을 통해 알게 돼 급격히 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수가 돈을 찾을 때쯤 되자 초조해진 A 씨는 김 씨에게 연구실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지도교수가 관리하는 졸업생모임 회비카드를 훔치도록 했다.
김 씨는 '작전'대로 지난달 14일 회비카드를 훔쳐 3천만원을 뽑았다.
이 돈은 스승의날이나 교수 퇴직기념회 등에 쓰기 위해 졸업생 120명이 매월 1만원씩 3년간 모은 돈이었다.
2주 뒤 전전긍긍하던 A 씨는 모른 체하며 교수에게 "카드를 도둑맞은 것 같다"고 거짓말한 뒤 경찰에 신고했으나 결국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신고접수 19시간 만에 신고자인 A 씨와 공범 김 씨를 모두 붙잡았다.
조사 결과, 김 씨는 혼자서 대형 고급세단을 월 600만원에 렌트해 몰고 다녔으며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훔친 돈 대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돈을 불려주겠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애초부터 돈을 되돌려 줄 마음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돈을 불릴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마음도 없었다"면서 "똑똑한 A 씨가 도대체 왜 그런 말에 속았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절도교사 등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하고,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