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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에?' 동력잃은 BIFF의 선택

문화 일반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에?' 동력잃은 BIFF의 선택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돌아왔다. 웅장한 영화의 전당과 나부끼는 깃발들. 주인공을 기다리는 레드카펫과 수천 명의 영화 팬. 정확히 1년 1주일 만에 찾아온 영화제 개막식은 예년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였다.

    영화제 개막식장 입구에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바람에 날리는 고운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레드카펫을 밟았다. 관객석이 술렁였다. "저 배우는 누구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장내 사회자가 여배우의 이름을 소개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설경구와 한효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익숙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레드카펫 위 배우를 따라 움직인 시선은 무대 앞에 마련된 수백 개의 파란색 좌석에서 멈췄다. 영화제가 초청한 국내외 주요 인사와 영화인들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는 곳곳이 비어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전하던 모습도, 대형 스크린에 미남미녀 배우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 터져 나오던 함성도 들을 수 없었다. 축제의 자리가 마치 늘 있는 '의례적인' 모습으로 바뀐 듯 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개막작 배우와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영, 한예리, 장률 감독, 박정범. (사진=황진환 기자)

     

    영화제 안팎의 분위기는 영화제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대변했다. 불과 1년 동안 영화제는 너무 심한 몸살을 앓았다. 물밑에서 벌어지던 부산시와 영화계의 갈등은 지난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영화계의 보이콧 행렬이 이어졌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고 적잖은 나이의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의 얼굴로 돌아왔다. 6년 만에 물러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검찰에 기소되면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명예를 떠안았다.

    설상가상으로 개막을 하루 앞두고 찾아온 태풍에 해운대해수욕장 비프빌리지가 완전히 무너졌다. 개막식이 열리는 당일 늦은 오후까지도 인근에서는 대체 무대를 만드는 손길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영화제를 돕는 손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세계로 출항하려던 부산국제영화제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제 존폐를 우려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왔다.

    영화제 때마다 개막 선언을 하던 부산시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올해부터 민간으로 조직위원장 자리가 넘어간 까닭에 부산시장이 오더라도 별 역할이 없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프로듀서조합 등 4개 주요 영화단체가 불참해 '반쪽짜리' 로 치러지게 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부산시는 태풍 피해 현장 방문과 대책 마련 때문에 시장이 참석을 못했다고 전했지만 어쨌든 시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유력인사들의 참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참석자의 범위가 행사의 수준을 결정한다면 올해 영화제는 예전보다 '급'이 낮아진 셈이다.

    가라앉은 분위기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방문객도 있었다. 개막작보다 잘생기고 예쁜 영화배우를 볼 기대가 컸는데 실망스럽다는 솔직한 관객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푸념은 수십 년 동안 가꿔온 온 영화제가 겪는 길고 긴 몸살에 대한 걱정이었다. 영화제를 찾은 팬들의 입에서는 극복, 정상화, 성장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반면, 바다 건너 부산을 찾아온 외국 영화 팬들은 축제를 앞둔 기대와 환희를 감추지 않았다. 영화제가 겪은 부침에도 여전히 국내외 팬들은 부산을 찾아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떻게 바뀌든 팬들은 여전히 부산국제영화제에 기대와 사랑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기로에 선 영화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는 분명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의 것도, 부산시의 것도 아닌 350만 시민이 함께하는 '부산'이라는 공동체가 힘들게 가꾸어 온 문화적 '응집체'다. 시들해진 올해 영화제의 모습이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 하려는 성장통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부산이 꿈꾸고 있는 세계 도시에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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