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미르재단 설립 과정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초창기 사무실을 빌리고, 컴퓨터 등 각종 집기를 마련하기 위한 수천만원의 뭉칫돈을 누가 제공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CF감독 출신 차은택 씨가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뭉칫돈의 출처에 따라 재단 설립 배후가 누구인지 명백히 밝혀질 수 있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실이 미르재단의 '법인설립허가신청서' 등을 분석한 결과 미르재단 설립 초창기에 사무실 임대료 보증금과 각종 집기류를 구입한 수천 만원의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미르재단은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이기 전이었을 뿐 아니라, 정관상 재단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게 막혀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초기 자본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것이 오 의원의 판단이다.
우선, 사무실을 구한 비용의 출처가 불확실하다.
2015년 11월 25일자 미르재단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재단은 사무실 보증금을 위해 10월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3천만원의 돈을 차용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 계약이 이뤄진 시점은 하루 앞선 10월 25일이었다. 재단이 전경련에 급전을 빌리기도 전에 누군가 3천만원을 대신 내줬다는 얘기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계약을 한 사람은 차은택 감독의 광고업계 친한 후배인 김모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현장에서 3천만원이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김씨가 자비로 낸 것인지 아니면 차씨나 다른 누군가가 제공한 것인지 규명돼야 한다.
노트북, 에어컨 등 사무실에 들어간 각종 집기를 누가 어떤 돈으로 사들였는지도 미스테리이다.
지난해 10월 26일 제출한 법인설립허가신청서에는 '보통(운영) 재산목록'이 나와있다.
여기에는 노트북 2대, 데스크탑 컴퓨터 10대, 프린터기 2대, 팩스 1대, 전화기 10대, 컬러복사기 1대, 에어컨 1대, 사무용 책장·의자 10세트, 응접탁자 2세트, 장식장 3대, 정수기 2대가 신고돼 있다. 구입 비용은 총 1727만원으로 집계·신고됐다.
재단이 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하기도 전에 허가 절차가 빨리 날 것을 확신하고, 필요한 집기들을 미리 구매했던 것이다.
재단은 전경련에서 임대차 계약금 및 보증금, 설립등록 면허세, 인테리어 대금, 월세만 빌렸을 뿐 사무실 집기 마련을 위한 돈을 따로 빌리지 않았다. 따라서 누군가가 자비로 집기를 미리 구입한 것으로 추측된다.
미르재단을 누가 주도해서 만들었는지 밝혀내기 위해서는 이같은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배후로 지목된 차은택씨의 자금 흐름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6일 당 회의에서 "헌법기관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십수명이 온몸을 바쳐 일개 영상감독인 차은택씨의 증인 채택을 막아야 하는 진실은 무엇이냐"며 "차씨가 권력 실세이냐. 이건 뭔가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차은택씨의 돈 흐름을 반드시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