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강하게 브레이크를 걸었던 '적군 엘리엇'이 갑자기 '아군 코스프레'로 표정을 바꾸고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안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엘리엇이 내민 손을 잡고 싶은 계산도 없지 않지만 덥석 잡을 수도 없는 형국이다.
엘리엇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제안 가운데 솔깃한 부분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바꾸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통합하라는 것이다.
이는 이미 삼성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
따라서 지배구조와 관련해 끊이지 않는 지적을 받아온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제안이다.
엘리엇은 대신 75조원에 이르는 삼성의 사내유보금 가운데 41조원에 대해 주주들에게 특별배당을 하라고 요구했다.
얼핏 들으면 삼성이 필요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 부문에 대해 판을 깔아줄테니 '배당금이나 두둑히 달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같은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삼성전자는 "주주의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사회 소집요구권을 가진 0.65% 주주의 제안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바로 수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나온 정치적인 수사로 보인다.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는 것은 실제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 없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 없는 경우에 상대를 배려해 구사하는 용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의도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이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검토하는 모양새는 취하겠지만 결국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분석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엘리엇의 진짜 속셈은 배당금이 아니라 주가상승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행동파 헷지펀드들의 특성은 주가를 올린 뒤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하는 행태를 구사한다"고 말했다.
41조원이라는 특별배당 규모를 넌즈시 띄움으로써 배당수입을 노린 개미들을 유인하겠다는 뜼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엘리엇의 제안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틀 연속 오르면서 7일 종가기준으로 170만 6천원까지 치솟았다.
이에대해 분석가들은 단기차익을 취하려는 투기성 자본의 말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경우 삼성의 스케줄대로 추진하면 되고 다른 요구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안건을 공시해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주총을 앞두고 주가가 오르는 것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상황을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는 엘리엇의 손을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