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故 백남기 농민 추모 집회 현장 (사진=김구연 기자)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주가 다 됐다. 그런데 아직도 장례도 못하고 있다. 아버지께 죄송할 따름이다."
故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35) 씨가 수척해진 얼굴로 무대 위에 올라 말했다.
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故 백남기 농민 추모 집회'(백남기 투쟁본부 주최)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백 씨는 "(시신 부검에 대한) 영장 기한인 25일까지 장례 절차 등을 밟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상황이 너무나 어이가 없다"며 "사태를 일으킨 검·경이 오히려 아버지 시신을 뺏어가려고 한다. 적반하장인 행태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줘서 버티고 있다. 끝까지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3천명(경찰추산 2천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참석했다.
투쟁본부는 살수차를 동원해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시신 부검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를 국가폭력이라며 규탄했다.
집회가 끝난 뒤 이들은 '우리가 백남기다' 등의 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종로 5가와 종로1가를 거쳐 지난해 1차 민중총궐기 때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장소인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앞까지 행진한 뒤 해산했다.
이날 서울 이외에 부산과 광주, 청주 등에서도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