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계획 (자료=환경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근거자료인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현지조사표가 고의로 누락 또는 축소되고, 일부는 거짓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강원도 양양군은 환경부 공원위원회에 제출하는 용역보고서에 없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보고서를 조작해 관련 공무원 2명이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환경영향평가서마저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자체에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 현지조사 기록한 시간에 영수증은 엉뚱한 장소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의 현지조사표가 조작, 축소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서 의원에 따르면,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의 현지조사표 기록과 실제 현지조사표, 영수증 증빙 등을 비교 검토한 결과, 현지조사를 실시했다고 보고했지만 당시 영수증이나 사진 등 증빙이 없는 사례가 6건이 나왔다.
예를 들어 1차 현지조사의 경우 2014년 5월 23일과 24일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23일 조사표만 있었고, 23일 밤에는 강원도 인제군에서 주유해 다른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이는 조사자가 23일에만 조사를 하고, 서울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주유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24일에는 조사가 없었는데 기록에는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조사지점의 좌표가 누락되거나 조사시간을 확인할 수 없는 현지조사표도 11건이 나왔다.
현지조사 1차 1회 조사를 2014년 5월 23일과 24일 이틀동안 실시했다고 돼 있으나, 주유소 영수증은 현지조사 장소인 양양군이 아니라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급되었다. (자료=서형수 의원실)
그런가하면 양서류와 파충류 전문가가 포유류와 조류의 현지조사를 진행하는 등,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가 조사한 건수도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현지조사를 시행한 연구소 측 관계자는 "해당 조사자가 동물분류기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종을 찾고 파악하는 것은 동물분류기사가 모두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양서파충류, 어류 조사에 참여한 조사원이 같은 날 포유류와 양서파충류, 어류분양의 현장조사와 육상동물상 조사까지 진행한 사례도 드러나, 사실상 한 사람이 해내기에는 불가능한 현장조사 내역도 발견됐다.
양서파충류, 어류 조사에 참여한 조사원이 한날, 한시에 포유류와 양서파충류, 어류분양의 현장조사와 육상동물상(탐문)조사까지 진행한 사례. 2016.04.25. 9차 2회 차 현장조사 (자료=서형수 의원실)
아울러 산양 정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용역 보고서에서 제시된 일부 자료가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 산양 외 멸종위기동물 조사 자료도 일부 누락
삵이나 담비, 하늘다람쥐 등 정밀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을 표시한 지도가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누락됐고, 카메라트랩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산양 이외 멸종위기종 자료 또한 평가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용역보고서는 "삭도사업은 송전선로 사업과 비교하면 산림훼손이 더 많고, 단절의 효과도 더 클 것으로 사료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 내용이 누락된 채, "산양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내용만 기술했다고 서 의원 측은 밝혔다. 환경영향이 축소보고 됐다는 것이다.
서형수 의원은 "오색케이블카는 국립공원지역에 설치되는 것인만큼 신중을 기해야하는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이는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해야 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지난해 8월 논란 끝에 환경부 공원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원위원회에 제출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용역보고서에 강원도 양양군이 임의로 내용을 추가해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 관련 공무원 2명이 사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또 지난 8월에는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려 사실상 연내착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 서형수 의원이 제기한 의혹대로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