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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시간씩 야간당직 하다 숨진 학교경비원 산재 인정 못받아(종합)

사회 일반

    하루 15시간씩 야간당직 하다 숨진 학교경비원 산재 인정 못받아(종합)

    • 2016-10-10 14:47

     

    근로복지공단 "근로시간 週 60시간 미달…산재보험금 지급 대상 아냐"
    유족 "매일 야간 꼬박 학교서 지내…실제 근로시간 일주일 71시간 달해"

    직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4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매일 밤 15시간가량을 홀로 학교를 지키며 야간 당직을 해오던 학교경비원이 쓰러져 숨졌으나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평일 16시간, 주말과 공휴일은 온종일 학교에 묶여 있는데도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만 인정받아 현대판 '노예 계약'라는 지적을 받아온 학교경비원의 열악한 처우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충북 충주에 사는 A(58·여)씨는 지난해 10월 28일을 잊지 못한다.

    남편(당시 59세)이 근무하는 모 중학교에서 쓰러져 숨졌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 학교 경비원인 남편 B씨는 건물 3층 남자화장실에 쓰러져 숨진 채 등교한 학생들에게 발견됐다.

    남편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A씨는 학교까지 부리나케 달려갔다.

    학교 화장실에는 전날까지 환하게 웃음 짓던 남편이 차디찬 시신으로 변해 누워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는 남편의 얼굴을 보자마자 A씨는 오열했다.

    A씨는 "남편은 평소 어디가 많이 아프거나 했던 사람이 아니다"며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 학교에서 홀로 야간 당직 경비 업무를 맡아왔다.

    야간 당직 전담 경비원이었던 그는 일과시간이 끝난 학교에서 시설을 관리하고 수상한 사람들을 통제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대부분의 학교 경비원들이 그렇듯 매일 오후 4시 30분 출근해 이튿날 오전 8시까지 15∼16시간 정도를 학교에 머물렀다.

    이후 퇴근했다가 8시간을 쉬고 다시 출근하는 일을 반복했다.

    근로 계약서상에는 학교에 머무는 15시간 30분 중 휴게시간이 11시간이나 됐지만, 교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감시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A씨의 생각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온종일 학교에 머물렀지만, 근로시간은 6시간 30분밖에 인정을 못 받았다. 한 달에 주어지는 휴무일은 나흘에 불과했다.

    이렇게 그가 고생해 손에 쥔 돈은 99만원 남짓이었다.

    A씨는 남편의 죽음이 과도한 업무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지난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냈다.

    A씨는 "남편은 상당한 업무량과 책임을 지닌 직무를 수행해왔고 거의 매일 야간근무로 정신적 긴장감과 고립감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가 사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단기간 갑작스럽게 업무량이나 업무 환경이 변화했다거나 업무가 장기간 피로를 쌓이게 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B씨가 숨진 주원인을 개인의 지병에서 찾았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 지병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지 업무상 재해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A씨는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힘든 학교나 아파트 경비원들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편 B씨가 과거에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B씨의 업무상 재해를 입증하기란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B씨의 근로 계약서상에는 35.5시간(평일 4.5시간·주말 6.5시간)만 실제 근로한 것으로 표시됐다.

    A씨는 남편이 휴게시간에도 근무한 것으로 판단, 실제 근로시간이 71.3시간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은 과중한 업무로 일주일 평균 60시간(발병 전 12주 평균) 이상 일했다는 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실제 근로시간을 60시간 이하로 판단해 산재보험 부지급 판정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현재 재심을 신청했다.

    A씨의 대리인인 한범동 노무사는 "근로계약서에서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재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잔업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이런 부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감시·단속 업무 종사 근로자들을 위해 업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로계약에서 형식적으로 휴게시간으로 규정하더라도 '제재나 감시·감독 등에 의해 근무장소에서 강제로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

    화재, 외부인 침입 등으로 인해 '휴게시간 도중 돌발상황 수습을 위해 대응한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휴게시간은 '근무장소에서 쉬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휴게장소를 선택하는 경우',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시간' 등으로 규정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경비원들의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이런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리·감독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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