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유권해석을 놓고 권익위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행 2주째를 맞이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빚어지는 데 대한 의원들의 질책도 잇따랐다.
학생이 교수에게 준 캔커피와 교사에게 달아주는 카네이션도 원칙적으로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권익위 해석이 국민 실생활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익위가 제대로 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김영란법'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김영란법이 정착하는 데 있어 최대 암초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이 안되는 것까지 적용대상이 된다는 점"이라며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도 못드리고 강의 후 캔커피 하나 못 올려놓는게 국민적 상식에 합당하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권익위가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이란 예외도 인정할 수 없는 '직접적 직무관련'을 제시한 데 대해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논의할 당시에는 직접적 직무관련성 논의가 없었다"며 "권익위가 공무원 윤리강령에 나온 개념을 준용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 (사진=자료사진)
같은당 홍일표 의원 역시 "스승의날 학생이 선생님께 드리는 카네이션 꽃이 종이로 만든 것이면 허용되고 생화면 안된다는 권익위 해석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김영란법은 금융실명제에 버금가는 파급 효과를 가진다"며 "그런데 해석이 애매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면 국민들의 행위규범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겠냐? 형식적인 법률에 집착하면 자칫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시행 이후 김영란법 관련 질의가 6400건이나 접수됐지만 답변은 1/5 수준인 1250건에 지나지 않았다"며 "답이 느린 이유는 권익위조차 법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진땀을 뺀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스승의 날에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교수에게 강의 전후로 캔커피를 건네는 것은 김영란법 제재 대상이 맞다"고 확인했다.
성 위원장은 "교육 쪽은 워낙 공공성이 강하고 그만큼 깨끗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식이 높은 곳"이라며 "3·5·10의 범위 내에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및 사교의례 목적에 충족되지 못하면 제재대상이 맞다고 해석하면 된다"고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권익위가 권위있는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삼천포로 빠지면서 김영란법이 카네이션법, 캔커피법 등으로 희화화된다"며 조속한 유권해석을 주문했다.
민 의원은 "저는 김영란법의 강력한 지지자였지만 이렇게 하면 안된다"며 "카네이션과 캔커피 등 사회통념상 허용되는거라면 과감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 (사진=김 의원 페이스북)
같은당 김영주 의원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한국벤처투자가 만든 모태펀드가 구성한 자(子)펀드의 위탁운용사 관계 직원들도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할 수 있다"며 "권익위는 의원실이 문의하기 전까지 산은, 한국벤처투자의 모테펀드와 자펀드의 구조, 위탁운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무수행사인도 김영란법 대상으로 적시됐지만 그 범위를 권익위도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파장을 예상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청렴사회로 가는 대전환의 계기가 열렸고 주무 기관인 권익위가 사명감으로 잘 임해줬다고 생각한다"고 권익위를 격려했다.
하지만 "부정청탁으로 볼 수 없는 상규와 사회적 통념을 권익위가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행령과 시행세칙에 권익위가 적극적으로 세부규칙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 (사진=자료사진)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은 성영훈 위원장에게 "공무원들이 기자들과 당구를 치고 게임비로 2만5천원을 지불하면 김영란법 위반이냐?"고 물었고, 성 위원장은 "위반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지 의원은 "그럼 공무원들이 기자들과 스크린골프를 치고 게임비 2만5천원을 낸 것은 어떠냐?"고 묻자 성 위원장은 "그건 골프의 연장으로 보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답했다.
지 의원은 "현재의 권익위 해석은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서 과대한 공포심을 부추키고 있다"며 "권익위 해석을 오해해 법정심판 받으면 결국 누가 책임지냐"며 명쾌한 법해석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