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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 2억 넘기지 마소" 보이스피싱 막은 택시기사

사회 일반

    "할아버지, 그 2억 넘기지 마소" 보이스피싱 막은 택시기사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종석 (택시기사)

     

    얼마 전 서울 강북수유파출소에 한 택시기사가 할아버지 한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품고 계신 봉투를 열어보니 자그마치 현금 2억 원이 들어 있었다는데요. 보이스피싱으로 2억 원을 탈취당할 뻔한 할아버지를 택시기사가 구해낸 겁니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 분 할아버지를 경찰서까지 모셔다드린 후에 연락처 한 장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 사라진 택시기사를 저희가 오늘 화제 인터뷰에 어렵게 모셨습니다. 이종석 기사님, 직접 만나보죠. 이종석 기사님, 안녕하세요?

    ◆ 이종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오늘 갑자기 언론에 알려지면서 유명인 되셨어요?

    ◆ 이종석> 네, 그래서 마음이 부담스럽습니다.

    ◇ 김현정> 좀 부담스러우세요? (웃음)

    ◆ 이종석> 네. (웃음)

    ◇ 김현정> 아니, 그 할아버님이 택시에 타신 게 언제입니까, 대체?

    ◆ 이종석> 9월 29일, 오전 10시경쯤 타셨어요.

    ◇ 김현정> 할아버님들 택시 타는 거야 이거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안녕하세요.’하고 손님으로 받으셨겠죠?

    ◆ 이종석>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어디로 가달라고 하시던가요?

    ◆ 이종석> 여쭤봤더니 미아사거리로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미아사거리에 가서, ‘이제 어느 방향으로 갈까요?’ 했더니 직진으로 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갔는데도 그만 가자고 하시는 말씀도 안 하시는거예요. 그리고 그 중간에도 전화가 여러 번 왔었어요.

    ◇ 김현정> 전화가?

    ◆ 이종석> 그런데 한 통 받으시면 짧게, 짧게, 통화하시더라고요. 아마 위치를 확인했던 것 같아요, 그쪽 그 놈들이.

    ◇ 김현정> 그 전화가 그러니까 보이스피싱범하고 하던 전화였던 거군요?

    ◆ 이종석> 그렇죠.

    ◇ 김현정> 보이스피싱범이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지시를 했던 겁니까?

    ◆ 이종석> 아마 어디쯤 왔는지 그걸 중간중간에 확인했던 것 같고요. 아마 세 번째 전화쯤에서, 할아버지가 ‘그래, 여기 있다.’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내면서 ‘어, 통장 갖고 있어. 그대로 있어.’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조금 더 갔는데 할아버지가 혼잣말로 ‘통장 사고가 났는데 검찰에서 만나자고 그러네.’ 이렇게 혼잣말로 말씀하세요.

    ◇ 김현정> ‘통장 사고가 났는데 검찰에서 나를 보자네.’ 할아버지가 혼잣말로?

    ◆ 이종석> 네, 혼잣말로.

    ◇ 김현정> 기사님한테 말씀하신 것도 아니고. 근데 그 얘기 딱 듣는 순간 ‘아차’ 싶으셨던거군요?

    ◆ 이종석> 그렇죠. 보이스피싱이로구나. 그렇게 생각이 들어서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그놈들 사기니까 절대 그런 말 듣지 마시고 전화도 오면 받지 마세요.’ 그러고, 조금 가다가 제가 여쭤봤죠, 할아버지한테. ‘혹시 피해 본 건 없으신가요?’ 했더니 ‘은행에서 돈을 찾았어.’ 이러시는 거예요.

    (사진=서울경찰 페이스북 캡처)

     

    ◇ 김현정> 은행에서 돈을 찾았다고, 통장에 있는 돈을?

    ◆ 이종석> 네, 네.

    ◇ 김현정> 옆에 보니까 보따리가 있던가요?

    ◆ 이종석> 네. 처음에 타실 때 상자같은, 큰 봉지 있잖아요, 끈 달린 거. 그걸 들고 타셨는데 제가 여쭤봤죠. ‘그거 돈인가요?’ 했더니 돈이라는 거예요, 은행에서 찾았다는 거예요.

    ◇ 김현정> 그게 자그마치 2억 원이 들어 있던 거예요?

    ◆ 이종석> 돈인 줄 몰랐죠. (웃음)

    ◇ 김현정> 현금 5만 원짜리로?

    ◆ 이종석> 그러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세상에.

    ◆ 이종석> 저도 이런 게 처음이라... 그런데 그다음에 전화가 또 왔기에 제가 할아버지 전화 이리 줘보세요, 해서. 제가 전화 받아서 ‘야, 이 나쁜놈들아. 세상에 이놈의 새끼들아.’ 제가 욕을 하면서 제가 흥분해가지고 ‘네가 검찰이냐, 이 새끼야.’ 이렇게 막 욕을 했죠.

    ◇ 김현정> 그랬더니 그쪽에서 뭐래요?

    ◆ 이종석> 그랬더니 ‘당신 누구야!’ 이렇게 물어보면서 딱 끊어버리더라고요.

    ◇ 김현정> 영락 없는 보이스피싱이었네요.

    ◆ 이종석> 네. 마침 옆에 수유파출소가 있어서 거기다 할아버지를 모셔다 드렸죠.

    ◇ 김현정> 세상에. 설명 듣는 동안 저는 무슨 영화 한편 본 것 같아요.

    ◆ 이종석> 지금도 아직도 마음이 안정이 안 되네요.

    ◇ 김현정> 기사님이 그 전화에 귀기울이지 않으셨으면 그 할아버님 그냥 내려서 바로 돈 건네주면, 2억 원 전 재산 그냥 날리시는 거였던 거잖아요.

    ◆ 이종석> 그럴 수 있었죠.

    (사진=서울경찰 페이스북 캡처)

     

    ◇ 김현정> 세상에. 아찔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기사님이 전화 뺏어서 ‘이거 보이스피싱입니다. 이거 이놈들아 왜 그래!’ 이렇게 하고 나서는 뭐라고 하세요?

    ◆ 이종석>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말씀을 안 하세요. 얼굴이 약간 뭐라고 할까, 창백해지고 굳어졌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셨고. 저는 마음 속으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했었죠.

    ◇ 김현정> 그 보이스피싱범들한테 큰소리 치고는, 전화 끊은 다음에 다시 안 왔습니까?

    ◆ 이종석> 또 한 번 왔죠. 파출소 있을 때 또 한 번 왔는데요. 제가 소장님을 바꿔드렸죠.

    ◇ 김현정> 파출소장을?

    ◆ 이종석> 파출소장님을. 소장님이 받으니까, 아마 그쪽에서 누구냐고 물어보는 것 같아요. 그랬더니 ‘우리 형님이다. 우리 형님인데 뭐 때문에 그러시냐. 형님 모시고 갈 테니까.’ 하니까 그놈들이 막 욕을 해대더니 끊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런데 경찰서에다가 그렇게 할아버지 모셔다드리고 나서는 뭐 연락처 하나 이름 하나 안 남기고 그냥 홀연히 사라지셨어요, 바람처럼? (웃음) 그래서 경찰들이 CCTV 분석하고 뭐 수소문해서 어렵게 기사님을 찾아내셨다고요.

    ◆ 이종석> 네. 그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왜 그렇게 그냥 가버리셨어요? 감사인사 한마디 안 들으시고?

    ◆ 이종석> 아,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내가 할 도리는 여기까지다? 어제 경찰에서 감사장 받으셨죠?

    ◆ 이종석> 네, 어제 받았습니다.

    ◇ 김현정> 아내분도 아주 자랑스러워하시겠는데요.

    ◆ 이종석> 네.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잘하셨어요. 사실은 요즘처럼 각박한 때에 귀찮은 일 안 휘말리려고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봐도 못 본 척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거든요. 자신의 일처럼 기꺼이 나서준 기사님 정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고요.

    ◆ 이종석> 고맙습니다.

    ◇ 김현정> 혹시 이 일 있은 후에 할아버님이나 가족 분들하고 연락되셨나 모르겠어요?

    ◆ 이종석> 어제 아드님하고 통화를 했었습니다. 아드님 전화가 왔었습니다. 너무너무 고맙다고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시니까 오히려 제가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냥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을 구한 셈이네요. 혹시 또 택시 안에서 이런 일 또 생길지도 몰라요. 다른 기사님들한테도 홍보 좀 많이 해 주십시오.

    ◆ 이종석>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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