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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찍으러 왔냐"…태풍 피해 시장 상인들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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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샷 찍으러 왔냐"…태풍 피해 시장 상인들 '폭발'

    울산 태화종합시장 주민들 항의…자원봉사 왔던 기획재정부 차관 일행 줄행랑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11일 오전 찾은 울산 태화종합시장은 상인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정부가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설명하고 있는 송 차관. (사진=반웅규 기자)

     

    "장·차관님들! 인증샷 그만 찍으시고 시장 상인들 좀 살려주세요. 남아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찾은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종합시장은 상인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송 차관은 11일 오전 9시20분 울산시청에서 태풍 피해복구 상황을 보고 받고 이동해 오전 10시15분 태화시장에서 복구작업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송 차관은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봉사활동은 커녕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태풍 피해를 당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소원한 것 아니냐는 상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

    여기에다 전날 정부가 선포한 특별재난지역에 울산에서는 중구를 제외한 북구와 울주군만 지정된 것도 더해졌다.

    특히 박성민 중구청장은 송 차관의 태화시장 방문에 맞춰 피해와 복구상황을 설명하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송 차관은 이미 상황보고를 받았다며 박 구청장의 설명을 건너뛰고 바로 피해복구 현장으로 이동하려 했다.

    그러면서 시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11일 오전 찾은 울산 태화종합시장은 상인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박성민 울산중구청장이 송 차관에게 정부의 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요구하고 있다. (사진=반웅규 기자)

     

    박 구청장은 "왜 보고를 받지 않으시냐, 피해 현장 얘기를 최소한 한마디라도 들어주셔야 하는게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상인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 가장 시급한게 무엇인지 얘길 들어주셔야 한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금 등 정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달라"고 연신 강조했다.

    박 구청장과 송 차관을 에워싼 시장 상인들 중 일부는 울면서 "살려달라"고 연신 외치거나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물건이 다 떠내려갔다", "길바닥에 내앉게 됐다"고 소리쳤다.

    다른 상인들은 "무슨 구경거리 생겼냐, 인증샷 다 찍었으면 그만 떠나라", "주민들 생계가 달려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정부 대책이 무엇이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송 차관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와 복구 상황은 충분히 얘기 들었다"며 "관계부처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등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과 함께 피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주민들의 격앙된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이렇게 강력히 항의하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 차관은 결국, 계획했던 태화시장에서 피해복구 작업을 하지 못한 채 30여분 만에 자리를 떠 인근 우정시장으로 이동, 1시간 가량 봉사활동을 했다.

    한편, 지난 5일 상륙한 태풍 '차바'로 울산 중구지역은 11일 오전 현재까지 차량 침수 650대, 주택 침수 120가구, 농작물 140곳, 도로 침수 78곳, 우수 역류 38곳 등의 피해를 입었다.

    중구청은 120여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구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태화·우정시장은 각 점포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량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11일 오전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찾은 울산 태화종합시장은 상인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 대책이 없다며 취재진들에게 하소연하고 있는 상인들. (사진=반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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