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경찰서, 운전기사 조사결과 브리핑…제한속도 시속 80㎞ 구간 '과속' 의심사망자 중 부부 3쌍 포함…유족들 DNA 채취해 사망자 신원 확인
울산시 울주군 경부고속도로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낸 관광버스 운전자는 앞차 추월을 위해 차선을 변경한 후 타이어가 파손되면서 갓길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운전자가 과속하며 앞의 차량을 추월한 후 차선을 2차선으로 급히 변경하려다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사본부를 꾸린 울산 울주경찰서는 14일 브리핑을 열고 "관광버스가 1차선으로 운행하다가 2차선에서 달리던 버스 2대 사이로 급하게 끼어드는 영상이 있다"며 "버스기사 이모(48)씨가 무리하게 차선변경을 하려다가 사고가 났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타이어가 파열돼 오른쪽으로 차체가 기울어지면서 방호벽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무리한 차선변경이나 운전 부주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관광버스는 비상 깜빡이를 켠 상태로 1차선을 운행하다가 2차선으로 이동한 후 2차선과 도로 확장공사 구간을 구분 짓는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후 60m가량을 더 가다가 가드레일을 2차 충격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다.
이씨는 화재 직후 운전석 옆에 있던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안전핀이 뽑히지 않아 실패하자 소화기로 운전석 뒤쪽 유리를 깨고 탈출해 다른 승객 구조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당시 왜 비상 깜빡이를 켰는지, 타이어 펑크가 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1988년 이후 음주·무면허 등 총 9건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3건의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다치는 교통사고를 낸 것을 말한다.
경찰은 사고 버스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과 복원 가능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버스의 장치 결함이나 타이어 펑크 여부 등은 국과수가 감식한다.
사고 관광버스는 올해 2월 출고됐으며, 이후 타이어 교체는 없었다. 버스는 또 시속 106㎞ 이상 운행할 수 없는 장치가 있으나, 사고 구간의 속도 제한은 시속 80㎞다.
국과수와 경찰 등은 이날 현장감식도 진행했다.
경찰은 이씨가 안전운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상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사망자는 대부분 한화케미칼의 50∼60대 퇴직자들이며 부부 동반으로 중국 장자제(張家界) 여행 후 돌아오다가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자 중에는 3쌍의 부부가 포함됐다.
여행 계획 때는 더 많은 부부가 함께 갈 예정이었으나 일부는 건강상 등의 이유로 부부 중 1명만 여행길에 올랐다.
유가족들은 시신 훼손돼 신원을 알 길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찰은 유가족의 DNA를 채취하는 작업을 마쳤으며, 사망자의 것과 비교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신원 확인까지 5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광버스는 지난 13일 오후 10시 1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언양분기점 직전 오른쪽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화재가 발생, 탑승객 등 10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