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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北 내통설' 10대 의혹, 부풀리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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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 '北 내통설' 10대 의혹, 부풀리기 논란

    • 2016-10-18 04:00

    송민순 "책 전체 내용을 봐야"…정쟁 악용 가능성 경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송민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계기로 참여정부 대북정책에 연일 맹폭을 가하며 야권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궁지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7일 "김정일 결재를 받아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했다는 송민순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주권 포기이자 국기 문란 행위"라며 국정조사와 검찰수사까지 거론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회고록을 바탕으로 참여정부가 북한과 '내통'했다는 10대 의혹을 제기하고 문 전 대표의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회고록의 사실관계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회고록 내용을 왜곡 또는 침소봉대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또 일부 의혹은 회고록에서 특정하지 않은 내용까지 끼워넣기 식으로 포장한 전형적인 정치공세라는 지적이다.

    송민순 전 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책 전체 내용을 봐야지 일부만 보면 안 된다"며 정쟁으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 "미국에 왜 숨겼나" vs "비밀방북 전 CIA 서울지부에 양해"

    예컨대 10대 의혹 가운데 셋째 의혹은 "아무리 늦어도 (2007년) 8월 3일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결심한 직후에는 (미국에) 알려주는 것이 당연했다"는 대목이 담긴 회고록 410쪽에 근거한다.

    정 원내대표는 이를 토대로 "어떤 이유로 혈맹인 미국에게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나. 미국에 숨겨야만 하는 어떤 거래가 있는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백종천 전 국가안보실장,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현 경기교육감)이 공동저술한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2015년 10월 발간)은 사뭇 다른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은 "김만복 국정원장은 비밀 방북을 하기 전에 서울에 있는 CIA 책임자에게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관해 설명하고 미국의 양해를 구했다"(94쪽)고 기술했다.

    대통령이 8월 3일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결심했다는 송 전 장관의 회고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김만복 전 원장은 8월 2일 육로로 1차 비밀방북한 뒤 3일 귀환해 회담 결과를 보고한 데 이어 4~5일 2차 방북을 통해 최종 담판을 짓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3일 1차 보고를 받고 '8월 하순경'이라는 북측 제안을 일단 수용하지만, 표현 용어나 문구, 서명 주체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끝에 5일 새벽에야 타결에 이르렀다. 노 대통령의 최종 재가는 5일 이뤄졌다.

    새누리당이 꼽은 둘째 의혹은 전형적인 부풀리기나 곡해로 볼 수 있다.

    (사진=자료사진)

     

    당시 노 대통령이 송 장관에게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452쪽)라고 말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근거해 "이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 뜻대로 처리해주지 않으면 외교부 장관의 목을 잘라 북한의 비위를 맞추자는 내용"이라며 굴욕적인 종북 행태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회고록 해당 부분의 전체 맥락은 크게 다르다. 노 대통령이 송 장관에겐 인권결의안에 찬성투표하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국가 위신을 세우는 한편, 이후에는 장관을 해임함으로써 북한의 입지도 살리는 고육지책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나는 '그게(고육지책) 오히려 맞습니다. 지금 이 방식은 우리의 대북정책에도 좋지 않고 대외관계 전반에도 해롭습니다'라고 했다"고 기술했다.

    ◇ 종북 굴욕외교 vs 국제사회와 북한에 대한 고육지책

    회고록 451~452쪽에 서술된 백종천 안보실장의 '쪽지'를 근거로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여부에 대한 북한의 '결재'(승인)를 받았다는 의혹 제기도 논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 등은 이미 2007년 11월 16일 '기권' 방침이 결정됐고 11월 18일에 재확정됐다고 설명한 바 있고, 이는 회고록 내용과도 일치한다.

    송 전 장관은 18일 저녁 회동에 대해 "(이재정 장관 등 4명이)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회고했다.

    이를 감안하면 인권결의안 투표 전날인 11월 20일 노 대통령 일행이 싱가포르 출장을 와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결재'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한 추론일 수 있다.

    야권에선 남북한의 대화와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이 그 직전인 11월 1일 통과되고, 10월 4일 남북정상선언에 따른 후속 회담이 줄줄이 예정됐던 당시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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