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쓰레기통이 사라지면서 무단투기도 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길거리에 쓰레기통을 설치하자니 가정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양심불량 시민들이 문제고, 그렇다고 설치하지 말자니 거리가 지저분해지고…."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를 둘러싸고 고민하던 환경부와 지자체가 행인이 들고 있는 쓰레기를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버릴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보다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데 민-관이 협력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이번 시범사업은 환경부와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명거리전통문화보존회,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대명상인회 등이 참여한다.
19일부터 실시되는 시범사업은 서울 대학로 일대 14개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이 '환경지킴가게'로 참여하는 방식이며, 이들 가게에는 행인들이 자유롭게 들고 있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참여 매장에 공공용 쓰레기 봉투를 별도로 지급할 예정이다.
대학로 대명길 일대 시범사업 참여 매장들 (자료=환경부 제공)
이번 시범사업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길거리 쓰레기통이 크게 줄어들고, 일회용 컵이나 휴지,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가 길거리에 무단으로 버려지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환경부 김영우 폐자원관리과장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일부 시민들이 가정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까지 몰래 버리는 경우가 생겨,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예 쓰레기통을 없애기도 했다"며 "쓰레기통을 새로 설치하지 않으면서 무단 투기를 막는 방안을 찾다보니 이번 시범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인들은 손에 들고 있는 쓰레기를 인근 편의점이나 커피숍에 버릴 수 있어서 거리를 깨끗이 유지할 수 있고, 지자체도 공공용 쓰레기 봉투를 지급하는 대신 환경미화 비용을 아끼고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했다.
또 사업에 참여하는 환경지킴가게들도 방문객이 증가하고 환경 공헌활동을 통해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행인들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거리낌 없이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을 활용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쓰레기통을 매장 입구 쪽에 두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관리가 어렵고 미관에도 좋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일단 매장 안에 쓰레기통을 두고 운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