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이 23일째를 맞으면서 기존 철도파업 최장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안전사고 우려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코레일 노조가 지난달 27일 시작한 이번 철도 파업이 19일로 23일째 이어졌다.
이는 2013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세워졌던 역대 최장 철도파업 기록(23일)과 같은 수준이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 17일 파업 참가자 전원에게 최종 업무복귀명령을 내리면서 20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라고 최종 시한을 내걸었다.
또 다음날인 18일에는 파업 주도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하고 징계에 필요한 사실조사를 위해 182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코레일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파업 태세를 풀지 않고 있어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재에 나서야 할 정부 역시 정치권이 제안한 사회적 대화까지 가로막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지난 17일 "이미 법으로 정한 의무화된 사항을 적용하는 문제는 각 개별 기업 노사가 알아서 하는 게 옳다"며 국회의 중재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이처럼 철도 파업 사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코레일이 미숙한 대처인력들을 대거 동원해 무리한 '정상운행'을 강행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 역에서 1시간 30분 가량 인천행 열차가 멈춰섰던 사고도 대체인력 기관사의 미숙한 대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20여분이면 해결될 단순 출입문 표시등 고장 상황이었지만, 대체인력 기관사가 재기동만 반복한데다 비상 전원을 켜지 않아 열차에 갇혀 있던 승객들의 불안이 가중됐다는 것이 철도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러한 대체인력발(發)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 351열차가 대체인력 열차팀장이 열차승강문을 잘못 조작해 승객 승하차 도중 문이 닫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3일에도 대전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254열차에서 승강장 반대편 문을 수차례 여닫는가 하면, 승객 승차 도중 문을 닫아버린 사고가 일어났다.
10일 노량진 역에서는 용산에서 동인천으로 가는 1호선 전철차량이 반대편 문을 열어놓은 채 정차하기도 했다.
결국 12일 오후에는 인천에서 소요산으로 가던 1호선 전철에서 안내방송 없이 출입문을 닫다가 승객 2명의 팔목과 어깨가 문에 끼여 다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승무원 이모 씨는 "지난 10일 용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출입문을 모두 열어놓은 채 출발하는 광경도 봤다"며 "운행 도중 비상등이 켜져 급정지했는데, 대체인력 차장이 해결 방법을 몰라 열차 반대편에 있던 승무원이 달려가 대신 해결해준 일도 있다"고 증언했다.
또 "승무원으로 열차에 타본 적이 아예 없었다는 차장도 있었다"며 "그나마 자회사 소속이어서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승무원들이 옆에서 도와서 대형 사고가 나지 않았을 뿐, 안전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승무원 A씨는 "KTX 열차팀장이 KTX를 처음 타본다며 좌석 등받이를 눕히는 법도 몰라 승무원들에게 물어봤다"며 "정차역마다 내려서 승객 승하차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단 한 번도 내리지 않고 객실에 앉아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승무원 B씨는 "화장실이 고장나도 고칠 줄도 모르고, 객실 온도 조절이나 안내방송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대체인력 차장이 수두룩하다"며 "객실 순회도 하지 않고 승무원실에 앉아만 있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작은 사고가 반복되는 가운데 자칫 1999년 대체인력 기관사의 졸음운전으로 당산철교 아래로 추락할 뻔한 사고나 2013년 승객 사망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재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코레일이 시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무한 대립을 이어가기보다는, 우선 운행률을 낮춰 대체인력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노사 모두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