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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어디 갔나요?"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저출산 정책

인권/복지

    "100조 어디 갔나요?"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저출산 정책

    [저출산의 늪④] "저출산은 모든 사회 총체적 문제가 응축된 결과"

    '아이가 울지 않는 나라', '노인들의 나라'... 너도 나도 저출산 문제를 경고한다. 그러나 현실 속 청년들은 "출산은 백해무익", "아이 낳으라는 건 욕"이라고 고백한다. 출산의 기쁨은 박탈당한 지 오래다. CBS노컷뉴스는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해 저출산의 현실과 그 대응방안을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출산은 백해무익"…2030 청년들의 절규
    ② 일·가정 양립?…"산모는 강제퇴직 1순위"
    ③ "어린이집 대기 순번 100번!" 엄마들의 절규
    ④ "100조 어디 갔나요?"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저출산 정책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시작된 지 10년 동안 약 100조 원이라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는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오히려 청년, 산모, 부모들은 출산 정책들이 꼬이고 꼬였다고 느꼈다.

    원인이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전문가들을 만나 현실과 대응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포퓰리즘식 정책이 부모들 싸움만 부추겨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전문가들은 그간의 정책들이 뚝심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포퓰리즘 식으로 이리저리 흔들렸다는 데 동의했다.

    최근 부모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맞춤형 보육'이 그 대표적인 예시.

    '맞춤형 보육'이란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 12시간의 종일 보육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약 7시간의 보육을 지원하는 제도다.

    가정의 상황에 맞게 어린이집 이용 시간에 차등을 준다는 게 주요 내용인데, 그러다 보니 일명 워킹맘들은 약 12시간 동안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고, 주부들은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됐다.

    이 정책은 수많은 어린이집과 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주부인 부모들은 오후 3시까지 아이를 데려올 수 없다고 주장했고, 무엇보다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어린이집에서 결사 반대했다.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정책은 초안이 아닌 중재안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보육 정책의 전형이자 패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

    정권 초기부터 정부에서 '전면 무상 보육'을 내걸었고 모두 '공평하게' 공짜 보육을 해주겠다고 해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부모의 당연한 절차처럼 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닌 민간 어린이집을 무작정 늘리기 시작했고 따라서 우후죽순 민간 어린이집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 이용에 차등이 생기는 부모들이 반발하게 되고 수입이 줄어드는 어린이집에서도 반발하게 된 것.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정책이 시행됐고 오히려 부모들 사이에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됐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승희 교수는 "저출산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키를 잡고 있는 정치권에서 계속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 "돈 준다고, 정책 좋다고 애 낳을까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책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실제 연간 수조원이 투입돼 양육비 보육료 지원, 지자체별 부모 교육, 정책 안내를 위한 육아종합포털 등이 운영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권미경 연구실장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하자는 선진국의 정책 대다수도 이미 한국에 다 들어와있다.

    따라서, 선거때마다 표를 의식해 우는 아이 달래듯 몇푼 더 돈을 쥐어주고, 외국에서 성공한 정책이라며 무작정 들여올 것이 아니라 저출산 문제가 사회 총체적인 문제라는 인식 하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여러 좋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과 내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본인이 연구를 하며 인터뷰한 한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권 실장은 "학부모들은 아동 수당이 늘었으면 좋겠다, 양육 수당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서 '수당을 늘려주면 더 아이를 낳을 거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정책이 없어서가 아닌, 가족을 꾸리고 출산을 하는 데에 삶의 우선순위를 둘 사회 전반적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 '가족' 꾸리는 기쁨 되찾기…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는 "저출산은 비정규직, 청년 실업, 고용불안, 성차별, 집값 폭등 등 사회의 모든 문제가 응축된 결과"라며 사회 총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굉장한 기쁨이고, 그 기쁨을 누릴 권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며 "우리 세대는 그 권리를 사회한테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도 해야 한다"며 "그럴 수 있는 시간과 가치를 부여해야만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 우남희 소장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가장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 사회가 출산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정책이 취해야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실장은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출산을 받쳐줘야 한다"며 "사회가 준비되기 전까지는 출산율은 무슨 수를 써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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