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말하는대로' 방송 화면 갈무리)
작가 곽정은이 여성으로서 자신이 겪은 크고 작은 성폭력 경험을 증언했다.
곽정은은 지난 19일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 출연해 시민들에게 "마음 아플 수도 있는 고백을 여기서 해야 할 것 같다. 그 어디에서도 하지 않았던 저의 이야기"라며 다섯 살 때 겪은 사건을 들려줬다.
그는 "그날도 그냥 평범한 날이었다. 아빠는 공사현장에 가시고, 엄마는 배달을 가시고…. 어떤 아저씨가 모자를 눌러쓴 채로 가게에 들어오셨다"고 운을 뗐다.
"'아빠 엄마 어디 가셨니'라는 물음에 '아빠는 어디 가셨고, 엄마는 인천에 배달 가셔서 한동안 안 오실 거예요'라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아저씨는 가게 안에 있는 소파에 털썩 앉았고, 그 다음 순간 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 뭐라 말을 걸 새도 없이 아저씨는 제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아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뭔가 대단히 잘못 돼 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곽정은은 "제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는 흠칫 놀라더니 저를 내던지고 나가기 시작했다"며 "제가 경험한 성폭력은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중학교 때는 하교길에, 사람들이 '슴만튀'(가슴을 만지고 도망간다는 뜻)라고 부르는 것을 당했다. 저만 당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미 많은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일이더라. 중학교 때 누군가 뒤에서 제게 그런 일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한 채 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아저씨랑 단 둘이 맞닥뜨려 너무 놀란 적도 있다. 회사 생활 하면서 해외출장을 혼자 갔는데, 그곳에서 합류한 한 남자가 제 호텔 방으로 갑자기 난입해서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탈출했던 적도 있다."
그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친구들도 '너랑 똑같지는 않지만 아주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너만 당한 일이 아니'라고"라며 "여성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이렇게 크고 작은 폭력적인 사건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곽정은은 "그런데 이렇게 크고 작은 성폭력의 경험들이 누적되다보면 어떤 결론이 마음 속에 맺어질까. 스스로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며 "저도 한때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 결혼했지만 다시 헤어지게 됐다. 여러분은 굳이 그 수업료를 치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누군가를 간절히 원할 때보다 자신의 힘을 믿을 때 누구보다 행복하고 강인한 사람이 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혼자서도 괜찮다는 믿음이 스스로 생겼을 때 혼자 있어도 두렵지 않지만, 둘이 있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을 고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