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서울 강북구에서 지난 19일 오후 총기를 난사해 경찰을 살해한 범인이 우범자관리대상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과 법무부는 관리대상자가 자신의 범죄를 SNS에 지속적으로 암시했음에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범자 관리 허술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경찰의 '오락가락 등급 책정’, 법무부는 '인력 부족 호소'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한 19일 오후 과학수사 요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9일 강북구 오패산터널 근처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붙잡힌 피의자 성모(46) 씨는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전과 7범의 우범자관리대상자였다.
우범자관리는 경찰청 내부 규칙에 따라 '자료보관'(3단계), '첩보수집'(2단계), '중점관리'(1단계) 대상자로 구분된다. 1단계 중점관리가 가장 강도 높은 관리 수준이다.
성 씨는 2003년 10대 소녀를 성폭행 해 징역 5년을 선고 받아 수감 되는 등 모두 9년 6개월을 복역했으나, 이후에도 청소년을 특수강간해 지난 2014년 4월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성 씨에 대한 경찰과 보호관찰소(법무부)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성 씨는 19일 체포 당시 가장 낮은 감시 단계인 자료보관대상자였다.
지난해 5월 전자발찌 착용자는 중점적으로 관리하라는 경찰청 내부규칙에 따라 성 씨는 첩보수집대상자에서 중점관리 대상자가 됐다. 그런데 올 7월 전자발찌 착용자는 법무부에서 관리하니 등급을 낮추라는 지침이 나오자 성 씨는 자료보관대상자가 됐다.
1년여 사이에 등급이 두 차례나 오락가락한 것이다.
피의자 성 씨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관계자는 "경찰청 훈령에 의하면 '전자발찌 착용자를 직접 만나는 것을 삼가고 주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라'고 돼 있다"면서 "결국 성 씨에 대한 경찰의 사전 관리 방법은 관찰보호소에 물어보는 것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학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착용자가 이동금지구역을 제외한 관할구역 내에 있다면 특별한 혐의점이 없는 한 경찰이 대상자 사생활에 일일이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8년 9월부터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고 있는 법무부(전자발찌 관리 유관기관)는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국에서 전자발찌 착용자를 전담해서 관리하는 인력이 141명뿐"이라며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가 전국적으로 2555명인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성 씨는 결국 19일 오후 전자발찌를 풀고 달아난 뒤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경찰관 한 명을 사살했다.
◇ SNS에 그렇게 암시했는데…우범자 관리 '깜깜'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입구에서 벌어진 총격전 중 피의자가 쏜 사제총에 숨진 김창호 경위의 빈소가 20일 오전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경찰과 법무부의 전자발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국의 우범자대상자 SNS 관리 역시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성 씨는 평소 자신의 SNS에 경찰을 혐오하는 글을 주로 올렸다.
성 씨는 범행 수일 전 자신의 SNS계정에 '경찰의 살인누명 음모를 알고 있지만 생활고로 인해 경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패친일 경찰을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등의 글을 게시했다.
평소 경찰을 혐오했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적으로 범행 저질렀다는 의혹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경찰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 씨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관계자는 "성 씨의 SNS계정은 평소 관리 대상이 아니었고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우범대상자의 SNS 계정을 따로 전담해 관리하는 부서 자체가 없었던 것.
결국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관리 유관기관인 법무부와, 공조하는 경찰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경찰이 보호관찰 유관기관인 법무부의 통보를 근거로 우범대상자 관리등급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명확한 입증 없인 법무부의 결정에 반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북구 총격사건을 계기로 우범자관리에 대한 기관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한 19일 오후 과학수사 요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