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논의 개시선언은 4개월에 걸친 청와대 내부검토 결과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추석연휴 직후 개헌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지난 6월 정무수석에 임명된 그 무렵부터 개헌 방향 설정에 대해 많은 고민과 의견이 수석비서관들 사이에 있었다"며 "여러 토론 과정에서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개헌 추진을 공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정무수석으로서 개헌에 관한 여러 사안에 대해 대통령께서 언제든 결심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적이자 종합적인 보고서는 지난 추석 연휴 전에, 대통령께서 연휴기간 중 자세히 검토하실 수 있도록 상당히 많은 분량으로 상세하게 보고를 드렸다"며 "추석연휴 마지막 날 대통령께서 개헌 준비를 지시하셨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지시에 따라 각계각층 의견도 수렴하고, 국회 분위기도 예의주시하면서 의원들의 여러 의견도 들어가면서 개헌 추진에 대해 준비해왔다"면서 "지난 18일날 개헌의 향후 일정과 방향, 그리고 시정연설에 포함될 최종원고를 대통령께 보고 드린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수석이 지난 10일 "지금은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개헌론을 공개 비판했던 행보와 상충된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시정연설문 원고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정 원내대표가 앞서 나가기에,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어서 부인했다. 곧바로 정 원내대표에게는 사과를 했다"며 "사전에 대통령의 개헌 관련 입장을 노출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 블랙홀' 입장에서 전환한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대선 공약에도 개헌이 포함돼 있다"며 "다만 국민 공감대 여부나 의원들 의견, 국회의 구조 등이 적합한지를 판단해왔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치일정상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개헌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이번 시정연설의 입장"이라며 "시기적으로 더 이상 개헌 제안을 늦추기는 좀 어렵다고 대통령이 판단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5년단임 대통령제를 대체할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어떤 정치체제를 제안했다고 해서 무조건 관철될 수는 없는 정치구조"라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김 수석은 설명했다.
김 수석은 "정부구조와 형태에 대해 대통령이 과거 4년중임제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 국회 구조상, 현재 정치현실상 과연 어떤 정부형태가 가장 맞는지는 백년 앞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논의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병우·최순실 의혹이 정국을 뒤덮은 시점상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야당의 의구심에 대해서는 "의혹을 덮기 위해서다, 국면전환용이다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현안이 있다고 해서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일을 막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기우"는 말로 반박했다.
김 수석은 개헌안 마련 과정에서 정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헌법개정을 위한 정부조직'의 구성도 대체로 완료됐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개헌안 제안권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과반이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며 "개헌안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정치적 이해로 논의 진전이 안되면 대통령이 좀 더 많은 의사를 표현하고 의지를 밝힘으로써 개헌에 박차 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개헌 실무기구는 구체적으로 완벽히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대강 정해져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마무리해서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