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개헌추진 선언을 하고 나서면서, 청와대가 어떤 방식의 개헌을 준비 중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4년 중임으로 임기만 바꾸는 대통령제, 대통령과 책임총리가 권력을 나누는 이원집정부제, 국회의원이 행정수반이 되는 의원내각제 등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선택지는 다양하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모든 것을 당장에 방향 설정할 상황은 아니다. 개헌추진 기구가 마련되면 거기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딱히 방향설정이 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헌법학자 출신에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진박(眞朴)' 인사,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이 그동안 조기 개헌을 주창해온 점이 참고할 만하다. 정 의원은 이원정부제를 현행 5년단임 대통령제의 폐단을 개선할 대안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 의원의 입지를 감안할 때, 박 대통령에게 관련 건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이원정부제를 권력 재창출의 방편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직선 대통령으로 세우고, 친박계 중진이 국회에서 선출되는 책임총리를 맡는 방식으로 권력을 분할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당 비박계나 민주당 등 야당이 이같은 권력분점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직접 선거에 의하지 않은 통치자(책임총리)의 권력 행사가 우리 국민정서상 용납될 수 있을지도 중대 변수다.
4년중임제 등 임기를 변형한 대통령제로의 개헌 추진 가능성도 크다. 9년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제안한 원포인트 개헌안도 이 방식이었다. 아울러 여야 의원들이 그동안 연구해온 개헌안 상당수가 4년중임 대통령제였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4년중임제의 경우 '원칙적으로' 정계를 떠난 전직 대통령들의 대선 출마가 가능해진다. 경우에 따라 박 대통령의 대통령 연임도 발생할 소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제128조 ②항)고 적시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재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밖에 과거 자유민주연합이 존속하던 시절 이 정당이 주창해온 의원내각제도 개헌의 한 방향이기는 하다. 다만 자민련 해산 이후 의원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힘을 잃은 상태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한다"는 방침을 세운 이상, 정치권의 개헌논의 속도를 봐가면서 청와대의 복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진척이 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보다 많은 의사를 표현하고 개헌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