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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세파 시 "감사란 모든 것을 감싸 안는 것"

책/학술

    장요세파 시 "감사란 모든 것을 감싸 안는 것"

    신작 시집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

     

    감사란 흐르는 것/ 맘속에 실개울 흐를 때/버드나무잎/그 위를 흘러가듯
    생의 찬미를 다 마친 후에도/실개울 흐름 따라 / 춤추며/ 감사의 노래를 부르네
    감사란 모든 것을 감싸 안는 것/하얀 눈 온 세상 덮듯/아름다운 것, 추한 것/가림없이 감싼다네
    환한 햇살에 눈 녹아/추한 것 다시 드러날 때도/ 내 역할 미련 없이/ 자신이 덮었던 땅 속으로 스며들지 ('흐르는 것' 전문)

    장요세파 수녀의 시집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가 출간되었다. '시시하게, 시원하게', '능청스럽게', '애기똥풀', '서로의 자리에서', '초가삼간', '그대의 욕망으로 램프 불 끄세요', '누옥', '감사', '살리는 일에도', '그냥', '본디', '그림자 놀이' 등 시인의 맑은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시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사연이 재밌다. 수묵화가 김호석 화백은 우연한 기회에 장요세파 수녀와 인연이 닿게 되었다. 김 화백은 2016년 여름, 장 수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장 수녀는 20여 년 전부터 김 화백의 그림에 관심을 가진 터였다. 장 수녀는 김 화백의 작품인 ‘성철 스님이 세수하는 그림’을 수녀원 소식지에 쓸 수 있는지 물었다. 이를 계기로 김 화백은 장 수녀가 쓴 시들을 받아 보기 시작했다. 김 화백은 장 수녀의 시들에 큰 감동을 받았다. 김 화백은 “시들을 읽으며 순간과 영원 그리고 찰나의 진실에 대해 공유하게 됐다. 이런 시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집 출간을 권유하게 됐다”고 말한다.

    장 수녀가 있는 트라피스트수녀원은 아주 엄격한 수도 규율을 강조하는 곳이다. 소수의 예외 사례가 아니면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게 원칙인 곳이다. 시집 출간은 수녀원 내부 회의를 통해 허락을 받아 이뤄졌다.

    “우리네 마음의 시원始原의 풍경은 가을날 허공의 시공時空을 가르는 한 줄기 풀잎과도 같을 것. 풀잎이 있기에 허공은 있고 허공이 있기에 풀잎도 존재하는 풍경. 그러나 드러내지 않고 ‘슬쩍’ 안기고 안음이 있기에 풀잎과 허공은 둘이면서 하나이고 시공도 나뉘지 않은 그런 창생의 세계를 함께 장요세파 수녀님의 시는 그려내고 있다. 오랜 마음공부 끝에 쓰고 그린 문인화 같은 풍격이 절로 우러나는 시 아닌가.” ―「해설」 중에서, 이경철(문학평론가)

    한 아기 안에
    하늘과 땅이 만났습니다
    여기서
    신이 인간을
    빛이 어둠을 삼키는 일 없이
    하나가 됩니다('한 아기 안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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