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개헌(改憲)을 임기 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야당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극명히 엇갈리는 모습이다.
대체로 최순실, 우병우 사태를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지적하는 모습 속에서도, 개헌을 추진하던 일부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의지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상반된 반응은 야권 내에서 개헌은 필요해도 이미 시기가 늦어 불가능하고, 정략적이라는 '개헌 반대파'와 권력구조 개편을 늦출 수는 없다는 '개헌 찬성파'가 나뉘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사진=자료사진)
◇ "최순실 덮으려고…하필 이때 하는 이유 뭐냐" 극도의 경계심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최순실, 우병우 사태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혹평하며 경계심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갑자기 개헌을 말하시니 이젠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의아스러운 생각이 든다"며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개헌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제가 즉흥적으로 답변드리는 것보다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취지 등을 좀 더 살펴보고 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3선 개헌이 떠올른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냈다. 추 대표는 "예전에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정권 연장을 위해 '3선개헌'을 할 때 모습이 떠올랐다"며 정권 연장을 위한 음모론처럼 비쳐진다고 혹평했다.
국민의당의 유력 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대표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겠다는데 최순실·우병우 이런 일들을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시지탄'이라고 일부 평하면서도,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제안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개헌론 반기는 목소리'불순한 의도'를 의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를 키우려는 움직임 속에서 일부는 박 대통령의 개헌론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대표이다. 김 전 대표는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개헌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최순실 문제는 그대로 처리하면 되고 개헌은 개헌대로 별개의 사안으로 보면 된다"면서 "내가 보기에 이미 (청와대에서) 다 구상을 했던 게 아닌가 본다"고 분석했다.
불과 지난주 개헌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 전 대표는 "개헌은 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 조건 중에 하나이다"며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을 바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권력 구조를 포함해 정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새판짜기를 강조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나서지 않고는 개헌은 어렵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제3지대가 커지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도 통화에서 "그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개헌에 힘을 실어서 개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엇갈리는 반응 속에서 야권에서도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이 주도한 개헌 논의에 편입을 할지 여부부터 국회 개헌특위 논쟁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어 야권의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