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김현정 앵커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노규식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화배우 이병헌 씨, 코미디언 정형돈 씨, 가수 김장훈 씨. 세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떠오르시는 게 있으십니까? 바로 공황장애를 앓아서 고통을 호소했던 유명한 연예인들이죠. 이 공황장애 환자가 11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고가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가구로 따지면 100가구 중 한 가구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정신과 전문의이신 노규식 박사님을 연결 해보겠습니다. 노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 노규식> 안녕하십니까?
◇ 변상욱> 공황장애 공통적인 특징이나 증상은 어떤 겁니까?
◆ 노규식> 공황장애라는 건 우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 이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든지 또는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든다든지 화끈거리는 느낌이 든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을 동반하게 되죠. 어쨌건 핵심은 ‘예기치 못하게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것.’ 이것이 공황장애의 핵심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변상욱> 공포로 끝납니까? 더 치명적인 증상들이 나옵니까?
◆ 노규식> 그것이 참 묘한 부분인데요. 이게 공포로 끝나지 어떤 심각한 질환이나 2차적인 증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증상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이걸 경험하시는 환자분들 중의 상당수는 응급실로 구급차를 타고 오시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아주 강한 불안이죠.
◇ 변상욱> 겪어보면 정말 무섭겠는데요, 공포스럽고?
◆ 노규식> 네. 이건 본인이 겪어보지 않고서는 옆에서는 함부로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불안입니다.
◇ 변상욱> ‘그거 가지고 뭘 그래?’ 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군요.
◆ 노규식> 그렇습니다.
◇ 변상욱> 11만 명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400명 중에 한 사람 정도. 왜 이렇게 늘어난 거죠?
◆ 노규식> 사실 역학연구에 따르면 평생유병률, 그러니까 평생 살면서 이런 병을 겪을 확률이 3.5% 정도 된다고 합니다. 사실은 보기보다는 흔한 질환인데 우선은 요즘에 제가 이런 것들이 많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말씀하신 대로 연예인분들이 내가 이런 병이 있었다고 공개를 해 주시면서 그러시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이게 어쩔 수 없이 불안이라는 게 스트레스가 심리,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늘어나면 많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현대 사회가 점점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진=KBS 2TV '해피선데이' 방송화면 캡처)
◇ 변상욱> 혹시 이 병을 많이 앓게 되는 직업이나 또는 연령대나 이런 것들이 있을까요?
◆ 노규식> 특별히 그렇게 직업군으로 특정해서 발병이 자주 된다, 이렇게는 볼 수 없고요. 이게 아무래도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우리 뇌의 기질적 원인이 숨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특정 직업에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변상욱> 기질적 원인이라는 건 후천적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혹시 선천적이라는 얘기는 아닌가요?
◆ 노규식> 말씀한 대로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얘기하는 연예인병 아니냐라고 하는 건 좀 오해가 있는 거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 변상욱> 단지 연예인병이라고 하기엔 난감한 거고요. 그런데 대개 이런 일을 겪으면 또는 이런 상황에서 고생을 하고 나면, 이런 병이 온다 이런 게 연관되는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노규식> 직업적으로 특별히 그렇게 얘기할 건 없고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실 때 심리적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심한 압박감을 받으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생리적 현상,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나 가슴이 조여오거나 이런 걸 느낀 다음에 이게 일종의 방아쇠가 돼서 공황장애 증상의 발현을 유발하는 일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없지만 이런 게 계기가 돼서 드디어 터져 나오는 그런 면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변상욱> 그러면 소심하거나 고민 많이 하거나 겁이 많으면 공황장애가 조금 더 관련이 있을까요?
◆ 노규식> (웃음) 그것도 좀 오해입니다. 성격적인 면과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 변상욱> 완치는 어려운 건가요? 뭔가 기질적으로도 그렇고 하면?
◆ 노규식> 이 병이 경과가 조금 만성적인 면은 있습니다. 한 5년 정도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게 최근 연구 결과들이고요. 저희가 일선에서 치료를 해 봐도 약물복용을 한 2년 정도는 꾸준히 해야 일단 이 병의 치료가 좀 되는 이런 면이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걸 평생 먹어야 된다든지 한 번 걸리면 낫지 않는다든지 이건 또 지나친 생각이기 때문에 좀 오래 걸린다 생각은 하시지만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하시면 분명히 좋아질 수 있는 병입니다.
◇ 변상욱> 몇 년간 꾹 참고 치료하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들어가는군요?
◆ 노규식> 네. 그렇습니다.
◇ 변상욱> 혹시 약 말고 대개는 약을 많이 복용하는 거에 부담감 갖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약 말고 다른 어디 가서 푹 쉰다든가 아니면 행동과 관련된 운동을 한다든가 이런 치료들은 없습니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노규식> 공황장애는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인지행동치료도 아주 많이 발달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은 자기의 생각과 행동 반응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는 건데요. 이걸 한 몇 개월 정도 꾸준히 배우시고 훈련을 하시면 좋아진다라는 보고는 아주 많고요. 더욱이 공황장애는 이 병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잘 알고 나면 그것만으로도 증상극복과 재발에 도움이 된다라는 연구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약물치료 대신에라고까지 생각하는 건 너무 지나치겠지만 그런 것과 아울러 병에 대해서 잘 알고 또 인지행동치료 같은 것도 같이 받으신다면 훨씬 더 치료에 도움이 될 거다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 변상욱> 그렇군요. 아마도 아프다가도 병원이 눈에 띄거나 병원에 가까이 접근하면 조금씩 낫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아마 지금쯤 집에서 나도 혹시 아닐까, 이거 공황장애 아니야 하시는 분들 있으실 것 같은데 자각 증상이 있습니까? 이거 정도면 공황장애에 이미 발을 디디고 있다, 이렇게 알 수 있는.
◆ 노규식>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호흡이 잘 안 되거나 어지럽거나 한 걸로 응급실에 갔는데, 갈 때 너무나 걱정이 돼서 갑니다. 이러다 내가 죽는구나 싶어서. 그러나 가서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두세 차례 들으셨다면 공황장애를 의심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 변상욱> 신나게 뛰어놀고 아무튼 자기의 꿈과 미래에 대해서 막 돌진해가는 젊은 친구들은 그래도 공황장애는 덜 걸리나요?
◆ 노규식> 이게 원인은 불명확합니다마는 자주 생기는 연령이 30대에서 40대 사이로 돼 있습니다. 보통의 정신의학적 질환이 그거보다 훨씬 젊은 20대 초중반에 많이 분포하는 데 반해서 이건 3, 40대에 많이 생기는, 우리 사회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에 많이 생기는 게 하나의 특징인데 왜 그런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 변상욱> 남으로부터 항상 주목을 받고 있고 사생활이 상당히 억압을 받는 연예인들 같으면 아무래도 직업군으로 봐서는 조금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겠네요, 말씀을 쭉 들어보니까?
◆ 노규식> 그런 스트레스들이 많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건 틀림없죠. 사실 연예인분들은 꼭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다른 식의 불안장애나 우울장애 같은 심리적 장애를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말씀하신 것처럼 계속 주목받고 그런 것에 신경을 쓰게 되는 이런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그래도 공황장애가 뭔지 거기에서 나름대로 이런 것들만 미리 알고 있으면 스스로를 갖다가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인지만 하고 있어도 훨씬 낫다, 이거죠. 알겠습니다.
◆ 노규식> 네, 너무 두려워하실 것은 없습니다.
◇ 변상욱>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노규식> 네, 감사합니다.
◇ 변상욱> 공황장애 11만 명 시대, 정신과 전문의 노규식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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