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단이 보낸 영국군 간호장교 사진.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채팅앱을 통해 미모의 외국인 간호장교 행세를 하며 남성들을 현혹해 금품을 뜯어낸 국제이메일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4월 스마트폰 채팅앱에 접속했던 A(48) 씨는 자신을 영국인 간호장교 라고 소개하는 한 여성과 대화를 시작했다.
미모의 여성 사진에다 한국인 남성과 만남을 갖고 싶었다는 상대방의 구애에 A 씨는 마음이 흔들렸다.
여성은 이후 채팅앱을 통해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속옷 차림의 사진까지 보내며 A씨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A 씨가 여성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을 무렵부터 상대 여성은 생활비와 치료비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A 씨는 별다른 의심없이 상대 여성에게 한 번에 1000달러 가량의 돈을 수 차례 보냈다.
몇 달 뒤 상대 여성은 자신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게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A 씨가 전쟁에 나선 여성을 걱정하고 있을 무렵 상대 여성은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했다.
"시리아에서 수색작전 중 수천만 달러의 미화 돈뭉치를 발견했는데, 자신의 몫으로 500만 달러를 받았다"며 "이돈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한 항공료 등 수송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여성과 함께 결혼생활을 할 생각에 들떠 있던 A 씨는 결국 6000달러를 송금했다.
A 씨는 여성이 군수송편을 통해 한국으로 보냈다는 블랙머니 금고를 외교관이라고 소개받은 카메룬인 M(45) 씨에게 받고 나머지 1만 달러를 건넸다.
하지만, A 씨가 열어본 상자 안에는 검은색으로 칠한 종이만 가득했다.
국제이메일사기단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블랙머니.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조사결과 A 씨의 돈을 가로챈 외국인 사기단은 같은 기간 한국인 남성 3명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30~50대인 이들 남성이 사기단에게 입은 피해액만 11만 달러, 우리돈 1억3000만 원에 달한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사기단 일원 M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명의 뒤를 쫓고 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김병수 대장은 "서아프리카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국제이메일사기단의 범행이 확산하고 있다"며 "의심스러운 이메일을 주의하고 피해 발생시 즉각 경찰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