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준성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선수가 되면 무엇이 가장 좋을까? 고액의 연봉? 뜨거운 주위의 관심? 그런 것보다 그저 아무 때나 체육관으로 가서 농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선수가 있다.
일반인 자격으로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경쟁자들 사이에서 바늘 구멍을 뚫고 당당히 프로농구 선수가 된 서울 SK 나이츠의 김준성이다.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 등 드래프트 최대어 3인방이 지명될 때보다 SK가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준성을 호명할 때 신인드래프트 현장에서 들려온 함성 소리가 더 컸다. 그만큼 김준성의 도전과 성공은 많은 화제가 됐다.
김준성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선발된 선수들이 몇명 있다. 계속 엘리트 코스를 쭉 밟아온 선수들인데 나는 한번 실패해서 그만뒀다가 다시 도전했기 때문에 조금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명 순간 김준성의 눈물이 화제가 됐다. 김준성은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시 극적으로 농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운동할 때도 있었고,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김준성은 명지대를 졸업할 때까지 정식 농구 선수였다. 그러나 2014년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더이상 운동을 할 길이 없었다.
살 길을 찾아야 했다. 레스토랑, 장례식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후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 생각에 농구의 꿈을 이어갈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 속에는 농구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었다. 본인은 몰랐다. 김준성의 부모가 깨우쳐줬다.
김준성은 "원래 무조건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운동을 하고 집에 올 때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올 때와 얼굴 표정이 다르다고 하셨다. 나는 자신이 없다고 얘기하자 엄마와 아빠가 그게 무슨 상관이 있냐,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 아들이니까 그런 건 전혀 신경쓰지 말고 그냥 좋아하는 농구를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무조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성은 올해 국내 유일한 실업팀 놀레벤트 이글스에 들어갔다. 환경은 열악했다. 김준성은 "처음 생긴 팀이라 스폰해주는 기업이 없었고 운동할 곳, 지낼 숙소도 전혀 없었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농구공도 모자랐고…"라고 말했다.
놀레벤트가 대구를 대표해 10월 전국체전에 출전하게 되면서 막연한 기다림도 끝을 맺었다. 놀레벤트는 8강에서 올해 대학리그 챔피언 연세대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고 김준성은 20득점을 올리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어디 다니면 무시를 많이 받았다"고 실업팀 시절을 떠올린 김준성은 "지금은 밥이 너무 잘 나온다. 체육관도 좋고 내 방 바로 아래가 체육관이라 바로 가서 운동할 수 있으니까 이런 부분이 너무 좋다"며 SK 유니폼을 입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농구를 실컷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잡은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김준성은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기회를 얻으면 언제든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제는 코트 위에서 농구 선수로서 주목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