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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억의 품격' 박석민의 진짜 가치는 홈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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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억의 품격' 박석민의 진짜 가치는 홈런이 아니다

    '결승포, 또 봤죠?' NC 박석민이 25일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회 역전 결승 솔로 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하는 모습.(잠실=NC)

     

    '공룡 군단'이 엄청난 무기를 장착하고 최강 두산과 한판승부에 나선다. KBO 리그 최고 몸값을 지불한 게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뤄줬다.

    '96억 원의 사나이' 박석민(31)이다. 박석민은 LG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에서 결정적인 홈런 2방을 때려내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25일 잠실에서 열린 4차전에서 박석민은 1-1로 팽팽히 맞선 7회 역전 1점 홈런을 날렸다. 상대 가을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를 두들기며 단숨에 LG의 기를 꺾었다. 기세가 오른 NC는 이후 김성욱의 2점 홈런 등 타선이 폭발해 8-3 승리로 3승1패,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앞서 박석민은 22일 2차전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역시 허프로부터 0-0으로 맞선 7회 결승 2점 홈런을 때려냈다. PO 4경기에서 나온 안타 2개가 모두 결승포, 순도 높은 활약이었다.

    NC는 2년 전 아픔을 설욕했다. 2014년 정규리그 3위로 창단 첫 가을야구에 나섰던 NC는 준PO에서 4위 LG에 1승3패로 패퇴했다.

    그 당시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은 박석민의 유무다. 2014년 NC의 주축들은 대부분 올해도 마찬가지다. 에릭 테임즈와 나성범, 이호준, 이종욱, 박민우, 손시헌, 박민우 등이 주전이었다.

    여기에 박석민이 가세하면서 비로소 가공할 공룡 타선이 완성됐다. 이른바 '나테이박'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10개 구단 중 최강이다. 상대 투수들은 리그 정상급 거포들과 연이은 대결에 지칠 수밖에 없다. NC 하위타선이 상대적으로 강한 이유다.

    NC 박석민이 25일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를 이끌며 시리즈 MVP에 오른 뒤 양해영 KBO 사무총장과 함께 촬영한 모습.(잠실=NC)

     

    박석민 효과는 이런 성적보다 '우승 DNA'가 주는 자신감이 더 크다. 박석민은 삼성 시절 5번의 KS 우승을 일궈냈다. 2005년에도 삼성이 우승했지만 당시는 주역이 아니었다. KBO 리그 최초 7년 연속 KS 출전의 풍부한 경험은 아우라부터 다르다.

    NC에는 SK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호준(SK)도 있다. 그러나 혼자만으로는 그동안 신생팀의 자신감을 북돋기에는 다소 힘에 부쳤다. 더군다나 이호준이 아직 건재하다고는 하나 전성기를 살짝 지난 상황. 이런 가운데 기량이 절정에 오른 박석민의 가세는 든든하다.

    자신감이 넘친다. 박석민은 PO 4차전 MVP 인터뷰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해 정규리그 우승팀 두산과 KS에 대해 "두산은 강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곧이어 "야구는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얼마만큼 지금보다 더 잘 즐기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부족한 NC의 젊은 선수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박석민은 "사실 '못 치면 못 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며 내려놓고 해야 한다"면서 "나 또한 정규리그 때와 다르게 조금씩 움찔하는 게 있었지만 과감하게 휘두르고 결과는 나중에 생각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S를 7년 연속 치르면서 그 전까지 5번 우승을 이뤄낸 사나이의 조언은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민우 등 후배들은 ""형 나이가 팀에서 중간 정도 되는데 장난도 치고 팀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며 따른다. 선배 이호준도 "정말 성품이 좋아 선수단 이끌 팀 리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96억 원의 진짜 가치다.

    박석민이 삼성에서 뛰던 2014년 넥센을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야마이코 나바로와 포옹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올해 박석민은 정규리그에서 타율 3할7리 32홈런 104타점을 올렸다. 32홈런은 커리어 하이다. 목표했던 3할-30홈런-100타점을 이뤘다. 여기에 팀의 사상 첫 KS 진출까지 이끌었다.

    이 정도면 지난 시즌 뒤 맺은 FA(자유계약선수) 4년 최대 96억 원 몸값을 충분히 해내지 않았을까. 리그 최고 몸값에 대한 부담을 이겨낸 성적이다. 박석민은 "부담은 없었지만 정규리그를 하면서 성적이 마음에 든 적도 없었다"면서 단기전에서는 조금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박석민은 "아직 멀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절반도 채 오지 않았다"는 박석민은 "KS가 남았기 때문에 거기서 조금 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김경문 NC 감독은 PO 4차전 뒤 "재작년에 졌던 LG는 이번에 이겼다"면서 "지난해 두산에 진 기억이 있으니까 선수단의 마음을 모아서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KS 각오를 밝혔다. NC는 지난해 정규리그 2위로 진출한 PO에서 3위 두산에 2승3패로 밀렸다.

    지난해와 올해 NC의 차이점도 박석민의 '있고 없고'에 있다. 과연 박석민이 NC의 창단 첫 KS 우승의 비원을 이뤄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96억 몸값은 톡톡히 해내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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