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몰아친 추위에 술에 취한 노숙인이 길거리에서 몸을 녹이려고 라이터로 옷에 불을 붙였다가 화상을 입고 숨졌다.
3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추위가 닥친 1일 밤 11시 26분께 인천시 중구 월미문화의 거리 내 한 골목길에서 노숙인 A(60)씨의 온몸에 불이 붙은 것을 인근 레스토랑 종업원이 발견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 종업원은 경찰에서 "누가 불장난을 하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남자 몸에 불이 붙어 있어 급히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119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현장에서 숨졌다.
이 노숙인 숨지기 1시간 전 인근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제지당하자 "춥다"며 라이터와 담배 한 개비를 종업원에게서 받아 거리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A씨의 윗옷에서 연기가 일고 3∼4분 후 몸에 불이 붙자 옷을 벗으려고 허둥대는 모습이 담겼다.
사고 당시 인천의 기온은 영하에 가까운 1.8도였으며 10분간 평균 풍속도 초속 3.5m로 바람이 다소 부는 추운 날씨였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전날 인천 서해 5도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가 해제되는 등 갑자기 일시적으로 추위가 몰아쳤다"고 말했다.
경찰이 가족 관계를 파악한 결과 A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 없이 혼자 살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망 전 추위를 피하려고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제지당하고 거리로 나온 점 등을 토대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몸을 녹이려고 스스로 옷에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안치된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 A씨의 형제들 연락처를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