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장들이 3일 오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가 시국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픈 결단’에 이어 ‘스스로 손을 묶고 발을 묶어달라’고 촉구했다.
교회협의회 소속 8개 교단장들은 오늘(3일)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이라는 제목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미루지 말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단장들은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하고 개각을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 숨겨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더 큰 잘못을 만든 것이며 더 많은 죄인들을 만들 뿐이니, 제발 스스로 손을 묶고 발을 묶어달라”고 촉구했다.
또 ”선지자적 역할은 커녕 교회 자신의 옹위를 위해 권력의 편을 들고, 용비어천가를 불러댄 비굴한 보좌역을 했다“고 고백하면서 예언자적 역할을 하지 못한 한국교회의 잘못도 회개했다.
교단장들은 “늦었지만 종교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다윗 왕을 꾸짖은 나단 선지자의 심정”이라면서 “국민들이 분연히 일어나 책임을, 죄를 묻기 전 친히 책임을 지라”고 거듭 촉구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책임의 수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걸 내려놓는 것이 중심이 아니고,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대통령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나를 조사하라고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도 “다윗 왕이 죄가 없어 성군으로 남은 것이 아니다”면서 “잘못을 했을 때 회개하고 하나님이 용서해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협의회 회장인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동춘 총회장도 “지금 한반도는 비상시국을 넘어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혼란에 있다”고 염려하면서 “국민 앞에 솔직하게 잘못을 밝히고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협의회는 앞서 지난 달 26일 교회협 비상시국대책회의의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픈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김영주 총무는 “ 비상시국대책회의가 지난 3개월 동안 통일, 정치, 사회, 경제, 교육, 국가안전망 등 박근혜 정권의 실정 전반을 비판하며 시국선언을 해왔다”면서 “오늘의 자리는 그동안 비상시국회의 결과를 각 교단 총회장들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동참하겠다는 의지표명의 자리”라고 총회장 시국선언의 의미를 강조했다.
교회협의회는 조만간 각 교단을 통해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1만 명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다음 달 8일 범교단적인 시국기도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은 “교단장으로서 역사의 책임을 피해갈 생각이 없다”면서 “예언자적 역할로 정의의 소리, 옳은 소리로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태민 씨와 관련해서는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각 언론사에 목사라는 용어 사용 자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영주 총무는 “각 교단마다 목회자 배출과정이 있는데 최태민 씨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목사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교단장 시국선언에는 교회협의회 회원교단 가운데 정교회를 뺀 나머지 8개 교단의 대표들이 모두 참여했다.
시국 선언 참여 교단장은 예장통합총회 이성희 총회장과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권오륜 총회장, 한국구세군 김필수 사령관, 대한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동춘 총회장, 기독교하나님의성회(서대문) 오황동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 등 모두 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