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출범 첫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3일 MBN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당시 청와대 핵심 수석비서관은 CJ그룹 최고위층 인사에게 전화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된 동생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과 함께 CJ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었다.
MBN이 공개한 녹취에서 청와대 수석은 "너무 늦으면 진짜 난리 난다.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며 이 부회장의 조속한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VIP(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를 거부하자 청와대 수석은 7분간 통화하면서 이 부회장의 퇴진을 계속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권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을 출연하도록 한 것은 드러났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에 간섭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녹취록에는 청와대가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압박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없다.
그러나 CJ E&M의 tvN이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야권이 극찬한 영화 '광해'를 배급해 보수세력으로부터 '종북'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CJ는 이후 논란이 됐던 코너를 폐지하고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영화를 내놓기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 대신 경영 현안을 챙기다 유전병 치료 등을 위해 2014년부터 미국에서 요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