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국민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책임을 인정했다.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간간이 울먹이면서 9분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했다.
2분이 채 되지 않았던 지난달 25일 1차 대국민 사과와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표현으로 심경을 피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국민들이 느꼈을 분노를 '실망과 염려',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 등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송구스럽다', '안타깝고 참담하다' 등의 표현을 썼다.
특히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라면서 분명한 사과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달 25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아프게 해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표현이 전부였던 점과 대조된다.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대통령은 담화 과정에서 2차례 이상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담화 초반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소리가 잠겼다. 또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울먹였다.
다만 담화 후반 안보 위기와 경제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된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검찰·특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는 말을 할 때도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담화 뒤 앞자리에 있던 일부 기자들에게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서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인 뒤 담화문 발표장을 빠져나갔다.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은 연단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뒤쪽 앙옆에 도열해 담화를 경청했다. 박 대통령의 왼편에는 한 실장과 배성례 홍보수석 등이, 오른편에는 김규현 외교안보수석과 최재경 민정수석 등이 서 있었다. 일부 참모는 눈을 감는 등 당혹스러운 심경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담화에 대해 "방점은 진솔한 사과와, '특검까지도 받으시겠다'는 의사에 있다. 또 앞으로 여야 관계를 해소해나가고 총리가 국정을 주도해나가면서 힘을 받고 일하시라는 그런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책임총리 의지를 표명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총리가 어제 기자회견을 한 내용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