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주말 촛불집회가 서울도심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은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시작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음에도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기는 커녕 오히려 격해지는 모양새다.
참가 인원은 지난 주말(10월29일) 1차 집회보다 크게 증가했다. 주최 측 추산 인원은 시작 시점에 5만명이었다가 1시간도 안 돼 10만명으로 바뀌었다. 경찰 추산 인원도 2만 1천명에서 시작해 4만3천명까지 늘었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 대학생,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종교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가 더는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 정부를 향해 격한 불만을 나타내는 발언이 이어졌다.
전국 6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과거 일제 치하의 항일투쟁과 4·19 혁명에 앞장선 대학생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찾겠다"고 말했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면 국정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체 모를 사람에게 넘겨 남용하게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 있나"라며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한 시민도 발언대에 올라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 받는다'고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 더는 보편적 가치를 말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제게 '최순실이 누구냐', '누가 대통령이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1부 행사를 마치고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광화문 광장으로 복귀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이 끝나면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각계 발언과 공연 등으로 2부 행사를 시작한다.
경찰은 애초 행진을 금지 통고했다. 많은 인원이 도심 주요 도로를 행진하면 우회로가 마땅치 않아 교통 불편이 명백히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법원에서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해당 구간 행진은 허용됐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20개 중대 1만 7천600여명을 배치했다. 청와대를 목전에 둔 광화문 광장 북단에는 2중으로 차벽을 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가능한 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고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