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현안으로 미국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우리나라 역시 누가 미 대통령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최순실 사태' 후폭풍으로 사실상 '대통령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 정부가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FBI(미 연방수사국)가 재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의 역전 가능성도 점쳐지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러가지 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고 발빠르게 움직일 시점인 것이다.
다수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외교 안보에 있어 '고립주의'적 시각을 다수 비쳐왔다. 미국이 그간 세계 도처의 일에 너무 많이 개입해 왔고, 이를 다시 거두어 와야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이은 TV토론에서 한국 등이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보호를 받는 대신 방위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자극적 언어로 부정적 시각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또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죽이는 재앙(disaster)·끔찍한(horrible)무역협정"이라며 표현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클린턴은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등의 방위비 부담 증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생각처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외교·안보 분야 관계자는 "설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트럼프가 건드려놓은 미국인들의 분노와 바람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그간의 여러가지 발언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로서는 미국 대선 이후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외교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지지율이 약 5%로 떨어졌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기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나라의 얼굴인 대통령이 '샤머니즘', '강제모금' 등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미국 측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을 제대로 된 협상 대상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미 대통령 당선 직후 바로 전화 연결부터 시작해 발빠르게 외교 안보 경제 등 각종 정책에 대한 생각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미 국내에서 리더십을 상실한 대통령이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올 한해 클린턴 후보 및 민주당 진영 주요인사와 86차례, 트럼프 캠프 및 공화당 진영 인사들과 106차례 접촉했다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한미동맹을 미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도 공고히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는 목표 하에서 민주, 공화 양 진영에 대한 균형된 아웃리치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책을 주문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 내 정치상황때문에) 외교 분야에서 지장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이끌려 움직여왔던 외교부에 정책조정 역할이 남아있을지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미국 대선이라는 전환기를 맞아, 정부 초기부터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던 외교안보 정책을 빨리 점검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뒤 내년 초까지 사실상의 정비 기간동안 우리나라도 대책을 세우고 국내 정세를 정리해나갈 시간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