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정 농단 등으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에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와 야권에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공모 관계인 박 대통령의 발언을 최씨가 여과없이 접하면 진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씨는 조사실에서 대국민담화를 지켜보고 울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연합뉴스는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으로 최씨가 지난 4일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대국민담화를 보고 아무 말 없이 펑펑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일부러 최씨에게 대국민담화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최씨가 조사 도중에 이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통해 대기업에 780억원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사실상 공모 관계로 추정된다. 또한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고, 외교 안보 등 국가 기밀문서까지 받아봤다는 의혹도 박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이다.
이처럼 피의 사실에 밀접한 관계인 박 대통령의 공식 입장을 최씨가 실시간으로 지켜본 것은 앞으로 검찰수사에서 최씨 진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에 대해선 대통령 담화 내용을 다운 받아 보여주면서 대통령 말씀을 최순실에게 일깨워주며 정답을 제시하는 수사를 벌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공범들 관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중시되며, 철저히 분리심문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사실상 공범인 박 대통령의 입장을 최씨가 아무 제재를 받지 않고 TV로 지켜봤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담화에서 이번 사건을 '개인적 위법행위'로 치부하는 등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최씨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싸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법사위 간사인 검사 출신 이용주 의원도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는 특수한 피의자가 검찰 수사 와중에 버젓이 TV를 보고 앉아 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관련자들에게 하나의 지침을 주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를 구속 피의자에게 여과없이 보여준 것은 부적절하다"며 "최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상당한 편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