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지난 11월 8일 덕수궁 앞에서 신학생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70-80명의 장신대 학생들 중 오는 11월 12일 토요일에 광화문 집회에 나갈 학생들은 시위 도중 주변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건장한 아저씨들이 있는지 잘 살피길 바란다. 특히 시위 도중 넘어지지 않도록 하고 넘어질 때 그 아저씨들이 다가오면 최대한 웅크려서 자신을 보호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광대뼈가 함몰되어 병원에 실려가 장기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제대로 하나님의 일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수도 있으니 주의 하도록."
위의 글은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철홍 교수가 10일 게시판에 올린 글 중 추신 부분이다. 이 글로 지금 장신대 게시판은 '공개 사과하라'는 학생들의 댓글이 달리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는 12일 광화문 집회에 나갈 학생들은 마스크와 모자를 쓴 아저씨들을 살피라며, 병원에 실려가 혼수상태가 돼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엄포를 놓는 이 글은 과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쓴 글인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김 교수의 글 전문에는 최순실씨를 두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교수는 “최순실을 무당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사실은 보기드문 기독교인"이라고 두둔하며 "최순실을 무당으로 몰고 대통령을 악령이 든 사람으로 꼬리표를 붙여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국선언을 논의했던 임성빈 총장을 몇 차례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김 교수가 오전 9시43분에 올린 이 글에 대해 학생들은 공식 사과하라는 댓글을 달며 장로회신학교 게시판은 하루종일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철홍 교수의 글에 대한 비난으로 장신대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진 = 장신대 게시판 갈무리)
장신대 신대원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김 교수의 글에 대해 "못된 마음에서 비롯된 악취가 풍겨와 온몸을 감싼다"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공론과 다른 편향된 의혹으로 풍자한 것이 못됨의 첫번째 이유이고, 학생들의 시위참여를 비웃기 위한 비뚫어진 글에서 나오는 오만함과 높은 마음이 못됨의 두번째 근거"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수님들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악한 정권의 전횡을 방조하는 것은 암묵적 동의로 악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교수님들께서 우리 신학생들을 과대평가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신학자로서 목회자로서 스승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계신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또 지금이라도 교수들이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글에는 다른 학생들의 "서명함으로 동참한다"는 댓글이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논란이 일자 김 교수는 오후 6시경 "반응이 너무 뜨거워 이 부분은 눈물을 머금고 삭제함을 아쉽게 생각한다"는 글을 올리며 추신 부분을 삭제했다. 또, 논란에 대해 "학생들이 정말 염려돼서"라는 해명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삭제된 추신 부분을 다시 게재하며, 김 교수의 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김 교수가 추신 부분을 삭제하자, 한 학생이 삭제된 추신을 다시 게재했다. (사진=장신대 게시판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