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항의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를 앞두고, 대학생들이 서울 전역에서 행진에 나섰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서울 서북부 대학연합(명지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총학생회 등)은 10일 오후 6시 30분쯤 서대문구 신촌 창천공원에 모였다.
서북부 대학연합은 공동선언문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박근혜 대통령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정권의 퇴진을 시작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검은색 옷을 맞춰 입은 이들 300여 명(주최 측·경찰 추산)은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며 홍익대 캠퍼스까지 행진했다.
상당수는 스마트폰 플래시를 종이에 대고 켜 촛불처럼 만들었고, '박근혜 퇴진해',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등이 쓰인 피켓을 든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방송차량을 이용해 대중가요를 트는 등 기존의 시위방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다 돌려놔"라는 노래 가사를 외치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명지대 학생 50여 명은 앞서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캠퍼스에서부터 걸어와 합류했으며 이후 풍물패를 앞세워 흥을 돋았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공원에서부터 행진에 나선 학생 300여 명이 신촌 현대백화점을 지나고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이날 행진에 나선 서강대 경제학과 16학번 성인창 학생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서) 7시간이나 지났는데 참모와 소통하지 않고 이상한 얘기 했을 때, 국정교과서·위안부합의 했을 때 분노했다"면서 "그래도 그때는 이 모든 일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배신당했다"고 일갈했다.
이화여대 인문과학부 16학번 조민형 학생은 "세상은 우리가 알았던 것보다 더 끔찍했다"며 "최소한의 것들까지 다 무너졌다는 우울함을 견딜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성토했다.
이날 서북부 연합을 시작으로 다음 날인 11일 오후 4시 30분에는 서울 동북부 대학연합(고려대·동덕여대·덕성여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 등)이 경희대에서 청량리역 광장까지 행진에 나선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서울 중남부 대학연합(동국대·숙명여대 등)이 명동성당에서 청계광장까지 행진하고, 6시에는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체 연합이 모여 대학생시국대회 전야제를 연다.
12일 오후 4시에는 최대 100만명까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민중총궐기 촛불집회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