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은 고(故)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드러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헌정유린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 전 실장을 "공작정치의 부두목", "태어나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1일 비대위회의에서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이 작고 후에 한 언론에 의해 확보됐다"며 "최순실 사건 버금가는 독재 망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비망록에 ▲'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애국단체 관여 요구',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 견제 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여라'는 김 전 실장의 지시를 언급하며 "청와대가 나서서 법원과 사법부를 길들이고 대한변협 선거에 개입한 것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화백에 대해 배제 노력'(2014년 8월8일) ▲'문화 예술 좌파적 표현의 투쟁적 대응'(2014년 10월20일) 등 문화예술계를 길들이려는 내용도 언급하며 이같은 지시가 있는 즈음에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이 '만만회'를 언급한 2014년 6월말 직후인 7월5일 메모에 ▲'박사모 등 시민단체를 통해 고발'을 지시하고, 저축은행 비리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자 ▲'박지원 항소심 공소유지 대책 수립'이라고 지시를 내리며 본인을 겨냥한 것도 언급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자료사진)
박 위원장은 "이제 부두목은 김기춘으로 확인됐다"며 "김기춘이라는 작자는 사법부까지도 이용을 해서 정적을 제거하려고 했던 공작정치의 부두목이다"고 규탄했다.
그는 "김기춘이야 말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자백'이라는 다큐를 보면 얼마나 많은 간첩조작을 해서 사형 당하게 하고 감옥살이 하게 하고, 사실관계 물으면 '나는 모른다'고만 한다. 이번도 기자가 물으니 '나는 모른다'고 했다. 차라리 이름을 '나는 모른다'로 명명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공작정치마저 드러났다"면서 "만만회를 문제삼은 박지원 위원장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를 이용해 고발을 지시한 내용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법원의 견제 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들이라는 지시 내용도 있었다. 이는 국정 농단을 넘어 국가 파괴이다"며 "어떤 기관, 조직에 무슨 반대급부를 주면서 국민을 속이고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써왔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김기춘 헌정농단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조배숙)를 긴급 구성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